《대전∼통영 고속도로 개통으로 한층 가까워진 경남 함양군 지곡면 개평리는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에 자리잡은 한옥마을. 무심히 지나가는 전깃줄을 제외하면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에 온 것으로 착각할 만큼 기와집 100여채가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 가족끼리 역사체험을
방학을 맞아 현장체험학습을 떠나보자. 경남 함양에 오면 한옥문화체험뿐 아니라 역사체험 시골체험도 할 수 있다. 가족끼리 조상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다.
개평마을 입구 ‘일두 정여창 고택’의 진입로 표지판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들어서면 곧 박석을 깐 고샅(좁은 골목)과 나이 먹은 담장이 보인다. 고택의 솟을대문이며 홍살문이 잘 어우러져 있다. 사랑채 툇마루 건너편 석가산의 오래된 소나무가 한겨울에도 푸른 빛이 역력하다.
주말이었던 3일 초등학교 3학년 딸과 함께 온 30대 부부는 “지나가다 우연히 들렀는데 정여창 선생이 금방 사랑채에서 나올 것 같이 옛 한옥의 모습 그대로여서 놀랐다”고 감탄했다.
함양은 수많은 유적과 유서 깊은 마을이 인상적인 곳. 뛰어난 인재를 배출한 서원와 선비들이 여유를 즐기던 정자가 많다. 예부터 ‘좌 안동 우 함양’이라 할 정도로 안동과 영남 유림의 맥을 나눴다. 조선시대 5현 가운데 한사람으로 꼽히는 정여창 선생(1450∼1504)이 그 중심에 서 있다. 개평마을 건너편에 청계서원과 남계서원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데 남계서원은 개암 강익이 정여창을 기리기 위해 창건한 서원으로 사액서원이다.
함양읍내로 들어오면 신라시대 태수를 지냈던 명문장가 최치원이 1100여년전 수해를 막기 위해 조성한 상림(上林)이 있다. 입구에 대원군 척화비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됐으면서도 가장 큰 인공조성림인 이곳 산책로를 걸으며 아이와 역사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 듯하다.
● 한옥마을 체험행사
“아이들과 유과를 함께 만들어 보려고요. 벌써 찹쌀을 담가 놓았습니다.”(하분이·개평마을 부녀회장)
“이장님은 하루에도 몇번씩 마을을 돌아다니며 청소합니다. 손님들이 묵을 방에 불을 넣어보라고 이르기도 하고요.”(정운상·하동 정씨 문헌공파 대표)
“마을 앞산에 정여창 선생이 한가로이 거닐었을 법한 산책로 2㎞를 가꿨습니다. 산책로에서 마을이 한눈에 보이도록 나뭇가지들도 다듬어 놓았고요.”(허영오·개평마을 이장)
이날 정여창 선생 고택에 마을 주민 7, 8명이 모였다. 한옥문화원이 함양군의 후원을 받아 19∼21일 개평마을 일대에서 가진 한옥마을 체험행사를 의논하기 위한 것. 대부분 60대 이상이 사는 조용한 이 마을이 손주뻘 되는 도시손님 맞을 준비에 오랜만에 부산하다.
우리 건축, 한옥에서 자 본 아이가 몇이나 될까? 이 행사는 한옥에서 머물며 한옥과 선비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귀한 기회. 짬짬이 신영훈 한옥문화원장이 한옥을 주제로 강의하고 최래옥 한양대교수(국문과)가 지리산에 얽힌 설화를 들려준다. 천사령 함양군수 역시 강사로 나서 함양군의 역사와 지리를 소개한다. 한옥에서 배우니 어른들의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올 듯. 서원 사찰 등 유적도 둘러보지만 직접 목판인쇄를 해 보는 경험도 갖는다.
주민들은 열심히 공부하는 도시손님들을 위해 놀거리 일할거리를 마련해 놓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떡메로 인절미를 쳐 보고 엿도 골 계획이다. 약과는 바삭바삭한 맛이 백화점에서 사 먹는 것과는 다를 것이라고. 특히 주민들의 정성도 정성이지만 직접 만들어 보는 재미에 맛은 배가 될 것 같다.
천 군수는 “도시화 현대화가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요즘 아이들은 당장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릴 때 살았던 시대도 멀게 느낀다”며 “그나마 조상의 지혜와 멋이 남아 있는 함양에서 좋은 추억을 장만해 20, 30년 뒤 자녀들에게 들려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행사에 참가하려면 한옥문화원 홈페이지(www.hanok.org)에 나와 있는 신청서를 작성하고 2박3일 참가비 3만원을 내면 된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왕복전용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2만원을 추가 부담한다. 초등 5∼6학년과 중학생 대상. 선착순 40명. 02-741-7441
함양=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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