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213…몽달귀신(15)

  • 입력 2003년 1월 8일 18시 02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여든 사람들 뒤에 있었다. 사람들 머리 사이로 면서기 최씨와 쌀가게 김씨가 강물에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인혜는 두 팔꿈치를 양 옆구리에 눌러 붙이고 서 있었다. 최씨는 겨드랑이 밑을 잡고 김씨는 발목을 잡고 그것을 물가로 날랐다. 누가 준비한 것인지, 최씨와 김씨는 그것을 멍석 위에 내려놓았다.

아이고, 벌거벗었네, 언 놈이 덮치고 강에 던져버린 거 아닌가?

비바람이 그래 심했는데, 물에 벗겨진기제, 영선이하고 기원이 때도 알몸이었다 아이가. 영선이는 떠오를 때까지 일주일이나 걸렸으니 손발 거죽이 훌러덩 벗겨지고 머리카락도 우수수 떨어졌다

한여름이었으니까 네 얼굴이 이래 팅팅 부었는데 시뻘건 곰팡이가 들러붙어서 불에 덴 것 같았다 얼매나 미인이었는데

아이고 불쌍타 온 몸에 닭살이 다 돋고

얼매나 추웠겠노

손에 뭘 잡고 있다

물풀이다 몸부림도 많이 쳤겠제

웬 상처가 저래 많노

바위에 부딪혔겠제 무릎은 살이 패어서 뼈까지 다 보인다

피는 안 흘렸는가보네

물에 다 씻겼제

물살이 이래 빠른데

여기는 어찌된 길까

아 여기는 산천어한테 뜯어먹힌기라

산천어는 부드러운 살을 좋아하니까네 배를 파먹은 기제

아이고 장이 다 튀어나왔네

안에 몇 마리 들어가 있다

인혜는 느릿느릿 얘기하는 사람들을 헤치고 그것에 다가갔다. 그리고 보았다. 푸르죽죽한 젖가슴과 엷은 분홍색 젖꼭지를. 그리고 보았다. 허옇게 불어 주름투성이가 된 손바닥과 발바닥을. 그리고 보았다. 코와 입 언저리에 엉겨 있는, 계란 흰자를 세게 휘저었을 때 같은 거품을.

인혜는 쥐어짜내듯 신음했다.

“아, 아, 아가씨, 우리 아가씹니다. 보지 마이소, 보지 마이소!, 아직 아무한테도 벗은 몸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깨끗한 수, 수, 수처녑니다!”

그리고 보았다. 뿌연 눈을. 그 눈이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반짝 빛나는 순간, 인혜의 양수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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