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굿맨 지음/김현후 옮김/239쪽/6800원/나무와 숲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우선 적을 알아야 한다. 담배를 끊고 싶다면 담배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아일랜드의 신문기자인 저자는 10대 때 ‘별 볼일 없던’ 친구가 방학 동안 담배를 배워와서 학급의 인기인이 된 것을 보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사교계에서 수직상승하기 위해. 일단 배우기는 했는데 끊는 것은 쉽지 않았다. 5년째 담배를 끊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금연을 결심할 때마다 결과는 번번이 실패. 그래도 저자는 희망을 잃지 않고 이 책을 썼다. 담배에 관한 한 ‘모든 것’이 담겨있는 책이다. 담배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일종의 무기인 셈이다.
담배는 묘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담배 때문에 고통을 받은 사람들일수록 끊기가 어렵다. 폐암수술을 받았던 사람들의 50%, 심장마비를 일으켰던 사람들의 70%가 치료 후에 담배를 다시 피운다고 한다.
그렇다면 담배는 어느 정도로 무서운 걸까. 영국의 통계학자 프랭크 덕워스 박사는 1에서 8점까지로 특정 행위의 위험 정도를 측정했다. 자살이 가장 위험한 8점. 이 기준에 따르면 35세 남성이 하루 20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위험도가 6.9점이다. 암벽등반의 위험도는 4.2점. 그래도 이해를 못하겠다면 러시안룰렛과 비교해볼 것. 위험도 7.2점으로 흡연과 큰 차이가 없다.
무서워졌다면 끊어보자. 금연을 도와주는 보조기구도 많이 나왔다. 금연껌, 반창고, 니코틴 흡입기 등. 저자는 “자신에게는 소용없었지만 독자에게는 통할지도 모른다”며 이들을 소개했다. 금연껌이 마치 ‘오래된 속옷을 씹는 듯한 맛’이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굳이 금연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책을 읽는 동안 담배에 관한 이모저모를 알게 된다. 유럽연합에서는 냄새맡는 코담배 판매가 불법이지만 코담배를 좋아하는 스웨덴에서는 유럽연합에 가입하기 전에 이 조항의 ‘특별 면제’를 요구했다는 것이나 런던 공항 면세점의 담뱃값이 바레인 공항의 2배가 넘는다는 것 등 재미있는 사실이 많이 담겼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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