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누구나 홀로선 나무' 조정래 첫 산문집

  • 입력 2003년 1월 14일 18시 02분


‘태백산맥’과 ‘아리랑’, ‘한강’으로 근현대사의 물줄기를 이어 온 소설가 조정래(60)의 고백에서는 깊은 색이 우러난다. ‘먹빛 어둠을 혼자 헤쳐 온’ 작가가 등단 33년 만에 첫 산문집 ‘누구나 홀로 선 나무’(문학동네)를 펴냈다.

산문집에는 거대한 ‘소설의 성’에 자신을 은폐시킨 채 써 내려온 대작의 바탕과 뿌리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태백산맥’을 쓰게 된 배경과 작품에 담긴 고뇌, 문학의 본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분단’이라는 주제에 오래도록 천착해 온 작가는 여전히 ‘미완성적 허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곳으로부터 태어난 작품이 대하소설 ‘태백산맥’.

“여보… 내가 ‘태백산맥’을 써나가다가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도 몰라. 그땐 도현이 데리고 잘 견뎌야 할텐데….”

“알아요. 쓰고 싶은 대로 다 써요.… 남자가 어차피 한평생 살다가 가는건데요 뭘.”

아내인 시인 김초혜의 변함 없는 지원과 함께 원고지 1만6500장을 빼곡하게 메운 ‘태백산맥’은 만 6년이 걸려 완성됐다.

문학이라는 중심을 단단히 지키고 있는 산문들 속에 담긴 작가의 생활인적 면모는 소설 밖의 조정래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작품 집필로 인해 외아들과 마주할 시간이 적었던 작가. 아들에게 엄부(嚴父)로만 각인돼 버린 것을 반성하며 단 둘이 사흘간 속초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의 끝에 아들과 마음을 맞댈 수 있었던 작가는 ‘태백산맥’ 4부 ‘작가의 말’에 ‘아들 도현이’라고 이름을 밝힌다.

‘긴 글 쓴다고 그 동안 저지른 나의 잘못의 사과하는 뜻인 동시에 내 사랑을 아들에게 확실히 나타내고자 함이었다.’

도현이의 아들, 손자 재면이의 탄생에서 작가는 ‘하늘이 모든 노년 인생들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는 위로’를, ‘자연질서의 숭엄함’을 깨닫는다.

‘이런 선물을 받을 수 있는데 어찌 늙는다는 것이 아쉽고 쓸쓸하기만 하랴. 늙는 것도 값진 것이다.’

곳곳에 배어나는 성찰과 문학에 대한 진정성이 독자의 의식을 관통할 때 ‘이 사람이 바로 조정래’라는 한 문장이 깊게 각인될 듯하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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