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연세우리아이치과는 방학을 맞은 꼬마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대기실 옆 놀이방.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두 아이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게임에 빠져 있다. 옆에선 한 아이가 인형을 만지작거리며 놀이에 한창이다.
잠시 후 몇 명의 초등학생이 병원에 들어서더니 병원 안을 종횡무진 돌아다닌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 병원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컴퓨터에 앉아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리기도 했다.
이런 모습만 보면 여기가 놀이방인지, 병원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표정에서도 병원에 와 있다는 ‘긴장감’이나 ‘공포’는 찾아볼 수 없다.
양호정 원장(35)은 “아이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거부감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공간 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40평 넓이에 진료 의자는 단 4개. 진료 의자는 입구에서 가장 먼 안쪽에 배치돼 있다. 놀이 공간에서 실컷 놀면서 병원 분위기에 익숙해진 다음 치료 공간으로 넘어오도록 배려한 것.
진료 의자는 완전히 누워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의자 끝에는 공룡 인형이 진료 받는 어린이를 내려다보도록 부착돼 있다.
위쪽 천장에 달려 있는 TV 모니터에선 만화 영화가 쉴새 없이 방영된다. 아이들이 진료를 받는 동안 신경을 TV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 이 병원은 아이에게 헤드폰을 씌워주는 게 특징이다.
이렇게 놀이방 같은 분위기 때문에 진료를 마친 뒤에도 집에 가지 않고 몇 시간씩 노는 아이들도 있다. 그럴 때면 엄마들은 아이들을 맡겨 놓고 은행 일을 보거나 시장을 보러 가기도 한다.
“수민이 입안에 벌레가 세 마리나 있네. 벌레 잡아야겠지?”
박수정 원장(32)은 누워 있는 아이를 치료하면서 유치원 선생님 같은 말투로 계속 말을 건넨다.
“벌레를 그냥 잡으면 아프니까 잠재운 다음에 잡자. 자, 이제 벌레 재우는 약 바른다.” 이런 저런 말을 하면서 박 원장은 아이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얼른 마취 주사를 놨다.
어린이 전용 치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벌레’. 치아의 썩은 부분을 ‘벌레’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최혜경 실장은 “벌레를 잡는다고 하면 아이들이 아파도 참는다”고 말했다. 특히 보호자에게 미리 귀띔을 받아 가장 싫어하는 벌레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대면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는 것.
치료를 마친 아이들에게는 풍선이나 장난감 같은 선물을 준다. ‘칭찬 받을 만한 일’을 한 데 대해 보상을 해주는 것. 아이들이 이해하는 말로 치료 과정을 계속 얘기해주는 것도 아이들의 공포심을 줄여준다. “자 이제 벌레 씻어내는 물을 뿌려줄 거야”하는 식이다. 6세짜리 아들을 데리고 온 주부 박진영씨는 “일반 치과에선 아이들에게 일일이 설명해 주지 않는데 이곳에선 하나하나 말해줘 좋다”고 말했다.
이같은 ‘놀이식’ 치료에도 불구하고 겁을 내고 우는 아이들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을 갖춰놓고 있다. 공포심을 줄여주고 기분을 좋게 해주는 ‘스마일 가스’를 활용한 치료법, 가벼운 마취 알약으로 1시간 정도 잠을 재워놓고 치료하는 ‘수면 치료법’ 등이 있다.
소아 치과 의사들은 이같은 치료법을 전문적으로 배운다. 아이들에게 흔히 생기는 치아 질환에도 정통하다. 이들은 “치아 관리는 유아기 때부터 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젖니가 튼튼해야 영구치도 튼튼해진다는 것. 유아 때 흔히 걸리기 쉬운 질병은 치아 우식증. 밤에 잠을 재우느라 젖병을 물리는 습관 때문에 앞니가 삭아버리는 증상이다. 우식증을 방지하려면 만 1세 이후부터는 컵을 사용하게 하고 젖병을 멀리하는 게 좋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서울 지역 어린이 치과 자료:대한소아치과학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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