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기자의 현장칼럼]피의자 신문조서를 통해 본 사회

  • 입력 2003년 1월 16일 17시 13분


이우희 경사가 피의자를 두고 신문조서를 작성 중이다.신석교기자
이우희 경사가 피의자를 두고 신문조서를 작성 중이다.신석교기자
《경찰서 형사계 조사계 등에 붙잡혀오거나 불려온 피의자들은 진실 혹은 기만의 두 가지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한다고 일선 경찰관들은 말한다. 피의자들이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신문조서를 작성하는 형사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벼랑끝 대화’에는 인간의 본성적 모습이 담겨있다. 전국 각지 경찰서에서 최근 입수한 폭력 및 절도 피의자 신문 조서(2001년 8월 이후 작성)를 발췌했다. ‘날 것’ 그대로의 현장을 담는다는 뜻에서 어색한 표현 또는 문법이나 어법상 틀린 말도 원문 그대로 옮겼다. 조서는 일상적 대화가 아닌, 수사의 틀에 따라 진행되는 다소 정형화된 질문 및 어휘와 답변을 담고 있다. 내용은 어디까지나 피의자 진술이기 때문에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일 수 있다. (피의자:죄를 범했다는 의심을 받는 자. 기소가 되면 피고인으로 바뀐다.)》

● 가정폭력 피의자(여)

문:피의자는 범죄사실의 요지와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와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 등에 대하여 고지를 받았는가요.

답:파출소에서 경찰관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문:변호사를 선임하면은 선임된 변호사 참여하에 조사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변호인을 선임하여 조사를 받겠나요.

답:변호사의 도움 없이 조사를 받겠습니다.

문:피의자의 신장, 몸무게, 신체특징, 혈액형을 말하시오.

답:신장은 1××센티, 몸무게는 5×킬로, 두정부에 ×센티, 눈과 눈 사이에 ×센티 가량 봉합수술 자국이 있고 혈액형은 O형입니다.

문:피의자는 ×××라는 사람을 알고 있나요.

답:예, 저의 남편입니다.

문:언제 결혼을 하였는가요.

답:19××년 ×월 ×일에 연애 결혼을 하여 슬하에 아들 두 명을 두고 있습니다.

문:피의자는 오늘 ×××(남편)을 폭행한 사실이 있지요.

답:예, 그런 사실이 있습니다.

문:언제 어느 곳에서인가요.

답:2002년 ×월 ×일 23:50경 ×× ××구 ××동 ××번지 ××아파트 ×동 ×××호 내 안방에서입니다.

문:당시 상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진술하시오.

답:오늘 아들 ××의 생일이라 동생 부부와 함께 식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왔고 남편은 강원도로 휴가를 갔다와 피곤하다고 하면서 식사하러 함께 가지 않고 집에 있었습니다. 제가 집에 들어오니 남편은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가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남편이 식사를 하지 않은 것이 어젯밤에 채팅을 한 것 때문에 화가 난 것으로 생각하여 사과를 하였는데 오히려 남편이 말의 꼬투리를 잡으면서 말싸움이 되었고 제가 화가 나서 뺨을 때리려고 손을 휘둘렀는데 2번은 피하고 한 번은 맞았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저의 손목을 잡고 침대로 밀고 머리채를 잡아당기면서 집에서 나가라고 하여 제가 너가 나가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죽는다고 소리를 질렀고 남편이 양쪽 손목을 잡고 목을 돌리고 가슴과 목 복부 등을 수회 주먹으로 때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맞는 것이 두려워 애들을 불렀고 애들이 와서 아빠를 우산으로 때리고 저는 죽는다고 벽에 부딪치자 오히려 남편이 저를 끌고 가서 침대 머리, 창틀에 저의 머리를 찧으면서 죽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뺨을 때리고 하여 아들에게 119에 신고를 하라고 하여 아들이 신고를 하였고 경찰이 출동을 한 것입니다.

문:피의자는 남편의 어느 부위를 때렸는가요.

답:처음에 뺨을 때렸고 복부를 때렸고 마지막으로 방어용 성기 부분을 손으로 쳤습니다.

문:피의자도 폭행을 당하였는가요.

답:온몸을 수회 맞았고 저도 저의 성기부분을 맞았습니다.

문:이로 인하여 상처가 생긴 것이 있나요.

답:양쪽 손과 흉곽 부위에 피멍이 여러 군데 들었습니다.

문:남편은 상처가 있던가요.

답:없습니다.

문:피의자는 왜 남편을 폭행한 것인가요.

답:제가 어젯밤에 남편이 잘 때 인터넷 채팅 사이트 중 1대 1 대화방에서 ××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과 00:50경 채팅을 하다가 잠을 자고 일어난 남편에게 발각이 되었는데 이것 때문에 남편이 화를 내는 것 같아 오늘 사과를 하였는데 오히려 ××이 미래의 너의 남편이다 라는 등으로 말꼬리를 잡아 시비를 하여 화가 나서 제가 먼저 뺨을 때렸습니다.

문:피의자는 오늘 남편을 폭행 당시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였는가요.

답:우산으로 남편을 때리려고 하였지만 남편이 우산을 잡아채어 때리지 못하였습니다.

문:이 건 외 남편 ×××을 폭행한 사실이 있나요.

답:한달 전에 부부싸움을 하여 서로 오늘과 같이 상호 폭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문:이렇게 자주 부부싸움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사소한 말다툼에서 서로 싸움이 되고 남편이 때리면 저도 맞고만 있을 수 없어 방어차원에서 폭행하는 것입니다.

문:피의자는 현재 남편과 같이 살고 있나요.

답:예, 같은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문:이혼청구 소송 중인가요.

답:1년 전에 하였다가 양가 부모의 종용으로 취하를 하였습니다.

문:남편과 합의하였는가요.

답:아직까지 합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문:피의자는 남편에 대하여 주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서 퇴거 등 격리와 남편을 주거와 직장 등에서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를 신청하겠는가요.

답:예, 신청하겠습니다.

문:더 이상 할 말이나 유리한 진술이 있나요.

답:남편이 외도를 자주 하고 제가 집에 없으면 집에도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문:이상의 진술이 사실인가요.

답:예, 사실입니다.

● 절도 피의자(남)

문:피의자는 남의 물건을 절취한 사실이 있는가요.

답:없습니다.

문:남의 물건에 손을 댄 적은 있는가요.

답:예, 있습니다.

문:어떤 물건에 손을 댔는가요.

답:어린이용 자전거입니다.

문:자전거에 손을 댄 경위에 대해 말해보세요.

답:제가 직장 동료 10명 정도와 1차로 소주를 마시고 ××동 쪽으로 2차를 가다가 누군가가 자전거를 잘 타냐고 하는 말이 나와 나도 잘 타지 하면서 걸어가다가 자전거가 보여 제가 한번 타보려고 자전거에 손을 대고 타려다가 주인 아저씨에게 들킨 것입니다.

문:자전거를 가지고 이동을 하였는가요.

답:자전거가 벽에 붙어 있어 벽에서 끌어내 타려고 발을 페달에 얹으려고 하는 순간 주인 아저씨가 나와 저를 붙잡은 것입니다.

문:벽에서 자전거를 끌어낸 거리가 얼마나 되는가요.

답:1미터도 안됩니다.

문:남의 물건에 손을 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요.

답:예, 알고 있습니다.

문:그럼 남의 물건에 손을 댄 이유가 무엇인가요.

답:술기운에 직장동료들과 자전거 이야기를 하다가 직장 동료들을 웃기려고 한번 타보려고 하였는데 주인이 보기에 훔쳐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문:피의자는 자전거를 훔치려고 하였다면 처벌될 것이 두려워 장난으로 했다고 거짓말하는 것이 아닌가요.

답:제가 자전거를 훔치려고 하였다면 제가 아버지 아들이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그것을 훔쳐서 무엇하겠습니까. 정말로 훔치려고 한 것이 아니고 직장 동료들을 웃기려고 한번 타보려고 한 것입니다.

문:자전거에 손을 대다 붙잡힌 후 주인아저씨와 실랑이를 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답:저는 훔치려고 할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주인아저씨가 여러번 도둑을 맞았다고 하면서 다짜고짜 저의 멱살을 잡아 저도 화가 나서 주인 아저씨와 실랑이를 하였습니다.

● 폭력 피의자(남)

문:어떤 이유로 근무를 하고 있는 의경들을 폭행하였나요.

답:아무런 이유도 없으며 제가 술에 취해 실수를 한 것 같아 미안하게 생각하며 피해자들이 진술하는 내용이 모두 사실입니다.

문:피의자는 어제 술에 취해 미국 대사관 숙소(미국 대사관 앞 거리)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의경들에게 “개새끼들, 너희들이 왜 미국을 위해서 근무를 하고 있느냐”라고 시비를 건 사실이 있지요.

답:예, 그런 사실이 있습니다.

문:이를 제지하던 의경들에게 손으로 얼굴 부위를 몇 차례 때린 사실이 있지요.

답:예, 그런 사실이 있습니다.

문:진술인은 미국이란 나라와 어떤 감정이 있는가요.

답:그런 감정은 전혀 없으며 제가 술을 마시고 위 장소를 지나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렇게 시비를 한 것 같습니다.

문:피의자는 오늘 어떻게 검거되었나요.

답:잘 기억이 나지 않으나 의경들을 때리고 도망가다 그 사람들에게 잡혔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문:본 건에 대해서 참고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답: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sjda@don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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