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시청자단체들은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의 제작 여건상 방송 시간 연장은 저질 오락 프로그램의 범람과 무원칙한 재탕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임기 만료가 한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방송위원들이 지상파의 오랜 ‘민원’성 사안을 적극 검토하려는 것에 대해 ‘막판 봐주기’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방송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지상파 방송사들이 건의해온 ‘방송운영시간 확대안’을 전체회의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의안은 3월 개편 때 방송 시간을 3시간 연장하고 내년 3월 이후에는 종일 방송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 시간은 평일 오전 6시∼낮 12시, 오후 4시∼다음날 오전 1시로 규정돼 있으나 방송사들은 하루 2∼3시간씩 편법 연장하면서 드라마 재방 등으로 때우고 있다.
이에 대해 경실련 미디어워치의 김태현 부장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광고 수입을 위해 시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으나 현재도 오락프로그램의 재탕이 빈번한 사례를 감안하면 방송 시간 연장은 지상파에 대한 특혜”라고 말했다.
방송 3사들은 월드컵 기간 종일 방송 때도 사전 준비 부족으로 프로그램 재방을 되풀이해 전파 낭비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위성방송과 케이블TV 업계는 지상파가 방송광고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 시간 연장은 매체의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디지털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유희락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지상파 방송의 연장은 낮과 심야시간대 광고까지 차지해 뉴미디어의 재원마저 모두 잠식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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