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들이 선정한 우리분야 최고 2]연극·뮤지컬

  • 입력 2003년 1월 19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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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석
연극인들은 ‘국내 최고의 연출가’로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를 꼽았다. 오대표는 ‘실험적인 연극에 가장 뛰어난 연출가’로도 첫 손에 꼽혔다. 또 오대표가 이끄는 극단 목화는 ‘국내 최고의 극단’의 영예도 안았다. 국내 최고의 남녀 배우로는 이호재, 박정자씨가 각각 1위로 꼽혔고 이들의 뒤를 이어 연극계를 대표할 차세대 배우로는 박지일, 김호정씨가 뽑혔다. 박지일과 김호정은 ‘가장 연극을 함께 하고 싶은 남녀 배우’에도 1위였다.

동아일보 공연팀은 13일 연극 연출가, 기획자, 배우, 평론가 등 77명에게 연극계 ‘고수(高手)’를 묻는 설문을 발송했다. 문항은 총 22개였으며 각 항목에 걸쳐 3명 또는 3개 극단을 추천토록 의뢰했다. 설문에 응한 사람은 모두 66명이었다(회수율 86%). 문항에 따라 답을 하지 않거나, 1,2개의 응답만 보낸 경우도 동등하게 합산에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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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산 결과 국내 최고의 연출가로는 극단 목화의 오대표가 25%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 최고의 극단에 꼽힌 목화는 27%의 지지를 얻었다. 직업군별로는 각 질문의 응답에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최고의 극단’을 묻는 항목에서는 다른 집단에서는 ‘목화’를 꼽았으나 연출가 집단은 ‘미추’를 꼽았다. 차이무를 제외하고는 최고의 극단 상위 5위안에 든 극단의 대표는 모두 ‘최고의 연출가’ 상위 순위에 포함돼 좋은 연출가와 좋은 극단이 대체로 일치했다.

김호정(왼쪽),박지일

연극 특성에 따른 질문에서는 임영웅(최고의 정통극 연출가), 오태석(최고의 실험극 연출가), 이윤택(최고의 대중 연극 연출가)이 각각 꼽혔다.

설문에서 ‘정상’을 묻는 질문에는 50∼70대가, ‘차세대’를 묻는 질문에서는 30,40대가 꼽힌 것도 ‘세대 교체’가 빠른 대중문화와 달리 연륜과 인생 경험이 중요한 순수 예술의 속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됐다.

무대 미술가로는 박동우씨가 34%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 연극을 공연하고 싶은 최고의 극장을 묻는 설문에서는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이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을 1표차로 앞질렀다.

뮤지컬의 ‘최고의 배우’에는 남경주, 최정원 등 ‘뮤지컬 1세대 배우’들이 몰표를 받아 1위를 차지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극단의 경우 ‘명성황후’‘몽유도원도’ 등 대형 창작 뮤지컬 제작에 힘써온 에이콤과 ‘렌트’ 등 흥행작을 만들어온 ‘신시뮤지컬 컴퍼니’의 양강 체제가 두드러졌다.

창작 뮤지컬의 경우 음악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온 것을 반영하듯 ‘뮤지컬 음악을 맡기고 싶은 작곡가’ 항목에는 ‘추천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김형찬기자 khc@donga.com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최고 연출가 오태석씨

“최고의 연출가와 최고의 극단으로 뽑힌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엇보다도 ‘연습량’입니다.”

‘극단 목화’를 이끌고 있는 오태석(사진) 대표의 대답은 명쾌했다. ‘극단 목화’의 연습시간은 무조건 매일 오후 1∼2시부터 지하철이 끊길 때까지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더욱 놀라운 점은 63세의 이 연출가가 ‘최고의 실험극 연출가’ 부문에도 1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연극은 항상 관객과 부딪치며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지금, 2003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는 1967년 등단 이후 지금까지 모더니즘부터 한국의 전통적 감성, 현실사회 비판까지 다양한 내용의 작품으로 끊임없이 실험을 계속해 왔다. 그래서 그는 관객의 눈앞에 보기 좋게 펼쳐주는 서양식 연극을 좋아하지 않는다.

“저는 우리의 전통 연희가 그랬듯이 생략과 비약을 많이 사용합니다. 관객은 그 생략과 비약의 틈을 충분히 메울 수 있습니다.”

2002년 12월부터 ‘극장 아룽구지’에서 공연중인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는 그가 새로 시작한 또 하나의 실험이다.

“잃어버린 우리의 ‘좋은 것’을 다시 끌어내는 것이 저의 일관된 연출관이었습니다. 지금 공연중인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는 인터넷과 휴대폰에서 급속히 왜곡돼 가는 언어의 풍토 속에서 우리의 삶과 정서가 담긴 사투리의 생생한 ‘맛’을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것입니다.”

‘앞산아…’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 중 하나인 제주도 4·3사태를 다룬 작품으로 배우들이 모두 제주도 사투리로 연기한다. 그는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등의 사투리뿐 아니라 북한지역의 사투리와 간도, 일본 오사카의 우리말 사투리로도 연극을 만들 계획이다. 내년에는 ‘사투리 연극제’도 열어 볼 작정이란다. 그의 연극은 오늘도 그의 연습장에서 다시 태어난다.김형찬기자 khc@donga.com

◆ 차세대 최고 여배우 김호정씨

지금 김호정(35·사진)에게 대표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는 분명 공연 중인 ‘보이체크’를 꼽을 것이다. 그는 늘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이나 방금 끝낸 작품을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곤 한다.

많은 연극계 인사들이 장차 우리 연극계를 대표할 ‘차세대 여배우’로 주저없이 그를 꼽은 것도 이처럼 늘 현재에 충실하고 끊임없이 발전하려는 그의 성실함과 노력을 알기 때문이다.

1991년 동국대 연극영화과에서 연기를 전공한 뒤 연극 무대에 서온 지 올해로 12년째.

워낙 다작(多作)을 싫어하는 탓에 12년동안 출연한 연극은 17편뿐. 하지만 적은 출연작에도 불구하고 ‘아, 이상’ ‘꽃잎 같은 여자 물위에 지고’ ‘바다의 여인’ 등으로 3차례에 걸쳐 백상 예술대상을 수상했다.

연극계에서는 연기파 배우로 알려진 스타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영화 ‘나비’로 2001년 로카로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이 더 알려졌다.

출연작이 적은 이유에 대해 “명석하지 못해 많은 일을 동시에 못한다”고 했지만, 이는 작품에 대해 그만큼 치열하다는 얘기다.

그는 “아직은 미숙하지만 좀 더 나이가 들어서 연륜이 쌓이면 안톤 체호프의 ‘세자매’를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함께 일하고 싶은 여배우’로도 뽑혔다는 말에는 “에이, 설마. 일할 때는 다들 싫어하고선…” 하며 웃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 차세대 최고 남자배우 박지일씨

“다른 분들도 아니고 연극계에 직접 몸담고 계신 분들로부터 받은 평가라서 더욱 기쁘고 기분이 좋습니다.”

‘가장 유망한 차세대 배우’와 ‘가장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 부문 1위에 꼽힌 박지일씨(43). 그는 “왜 함께 일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다른 좋은 배우들이 영화나 TV로 바쁘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웃었다.

1985년부터 연극을 시작해 올해로 13년째. 지난해 ‘사물의 왕국’으로 서울공연예술제 연기상과 히서연극상을 수상했고 1999년에는 ‘물고기 남자’로 연극협회에서 주는 연기상을 받았다. 그는 “그동안은 배역을 잘 해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컸지만 이제는 즐기면서 연극을 하고 싶다”

그에게 있어 연극은 어떤 의미인지를 묻자 그는 “이젠 그런 걸 따지지 않을 정도로 연극은 내 삶의 일부가 됐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30대 중반까지만 해도 연극에 대한 갈등도 많았지만, 지금은 연극을 할 때 비로소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을 만큼 이 길이 운명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햄릿’처럼 고전으로 남을 수 있는 창작극이 나와서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는 좋은 배역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 배우로서 그의 소망이다. 요즘 그는 예술의 전당에서 ‘보이체크’를 공연중이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 최고극단 '목화'

극단 ‘목화’는 67년 희곡 ‘웨딩드레스’로 등단한 뒤 독특한 연극세계를 구축한 오태석씨가 1984년 창단했다. 오 대표와 그의 서울예술전문대(현 서울예술대) 제자들로 이루어진 연극집단은 연극계에서 ‘오사단’으로 불리고 있다. 당시 연극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던 이들은 떠돌이 생활을 끝내고 ‘목화’라는 새 둥지를 마련한 것이었다.

이들은 미국문화의 충격 속에 자기상실감을 다뤘던 창단 공연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춘풍의 처’ ‘부자유친’ ‘자전거’ ‘태’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백마강 달밤에’ ‘천년의 수인’ 등 한국연극사의 큰 획을 긋는 작품들을 줄지어 내놨다. 이 극단은 19년 동안 연극적 실험정신의 선두역할을 주도하며 독보적 위치를 구축하고 있으며, 국내외에 한국의 색깔과 말, 그리고 정체성을 가장 뚜렷하게 표현해 온 극단으로 정평이 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 설문에 참여 해주신 분 (가나다 순)

고선웅(극작가)권성덕(배우)길해연(배우)김광보(청우 대표)김동수(김동수컴퍼니 대표) 김명곤(국립극장장)김명화(극작가)김미도(평론가)김방옥(평론가)김영수(신화 대표)김용현(SMC대표)김윤철(평론가)김의준(LG아트센터 대표)김정숙(극작가)김창화(평론가)김철리(국립극단 예술감독) 김태웅(극작가) 김희철(SJ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장)남기웅(공연기획MoA 대표)남명렬(배우)노경식(극작가) 박근형(연출가) 박명성(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박민선(공연기획자)박우화(현대극장 기획실장)박웅(배우)박조열(극작가) 설도윤(뮤지컬 프로듀서)성수정(번역가)손병호(배우)손진책(미추 대표)송승환(PMC 대표) 신선희(서울예술단 총감독) 신춘수(OD뮤지컬컴퍼니 대표)심상태(갖가지 대표)심재찬(전망 대표) 안호상(예술의 전당 공연사업국장)양정웅(여행자 대표)오태석(목화 대표)오현실(공연기획 이다 실장)유민영(평론가)유인촌(극단 유 대표)윤호진(에이콤 대표)이강백(극작가)이동준(공연기획자)이태주(서울시립극단대표)임영근(쇼이스트 이사)임영웅(산울림 대표)정재진(대학로극장 대표)정혜영(컬티즌 실장)조민(뮤지컬 컴퍼니 대중 대표)조문수(공연의상 전문가)조정호(한국연극협회 기획차장)조행덕(악어기획 대표)차근호(극작가)차범석(대한민국예술원 회장)채승훈(창파 대표)채윤일(쎄실 대표)최무열(음악감독) 최용훈(작은신화 대표)최준호(평론가) 최호(루트원 대표)한기천(문예진흥원 지원1부장)한상철(평론가)한진섭(뮤지컬연출가)홍원기(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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