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 댄스 페스티벌

  • 입력 2003년 1월 20일 15시 26분


프리즈(Freeze)!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터질 듯한 힙합음악에 맞춰 헤드스핀과 공중제비, 파워무브 등 현란한 묘기를 부리던 댄서들이 일제히 거꾸로 허공을 향해 멈춰선다. "꺅∼" 함께 몸을 흔들던 객석의 관중들도 경이로운 춤 동작에 얼어붙은 듯 탄성을 질러댄다.


18일 오후 7시 서울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세계 비보이(B-boy)댄스 페스티벌 'The Honor of Dance'에는 힙합바지에 삐죽머리를 한 청소년 관객 5000여명이 몰렸다.

이날 행사에는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국제대회 '배틀 오브 더 이어 2002'에서 아시아 최초로 세계 챔피언에 오른 '익스프레션', 영국 UK챔피온십에서 1위를 차지한 '프로젝트 코리아' 등 한국팀과 독일의 '킬라 비즈', 미국의 '해비코로', 프랑스의 '베가본즈', 일본의 '이치게키' 등 각종 세계대회 우승팀이 최고의 댄스팀을 가리기 위해 경연을 펼쳤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세계 올스타팀과 한국 연합팀이 두패로 나눠 1명씩 나와 펼친 '배틀' 대결. 무대 양쪽에서 양팀의 댄서들은 마치 패싸움을 하듯 빙둘러 서 있고, 각각 한명씩 순서대로 나와 서로 자존심을 건 대결을 벌였다. 파워무브! 헤드스핀! 프랑스팀의 한 댄서가 웃통까지 벗어 제치고 온몸의 관절을 뒤로 꺾은 춤으로 기선을 제압하자 한국팀은 일제히 물구나무서서 발로 춤을 추는 고난이도의 기술로 맞섰다.

그 순간, 양팀의 댄서들이 우르르 무대 중앙으로 팔을 휘저으며 몰려나와 한데 엉켰다. "저러다 실제 싸우는 것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격렬한 무대. 그러나 자세히 보니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각자 1:1로 춤대결을 펼치고 있어 객석은 웃음과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국제대회에서는 으레 새벽까지 펼쳐지는 '배틀'은 춤의 테크닉과 레파토리의 다양성에 의해 판가름나는 짜릿한 승부. '친선 배틀'이었던 이날 대결이 끝난 후 각국의 댄서들은 모두 무대에서 껴안고 진한 우정을 나눴다. 프랑스 베가본즈팀의 살라씨는 "한국의 비보이팀들의 기량 향상이 놀랍다"며 "특히 힘과 스피드를 갖춘 '파워무브'는 세계 정상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춤은 새로운 스포츠

청소년 '길거리 댄스'로 시작한 한국의 '비보이(B-boy) 문화'는 각종 해외대회 수상과 기업체의 후원, 이벤트 공연, 힙합댄스 스쿨, 방송국 쇼 안무 등으로 점차 '전문 직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현재 프로팀으로 활동하는 팀은 10여개. 지난해 교육부 조사결과 전국적으로는 약 41만명의 청소년들이 댄스에 관심있다고 대답할 정도로 '비보이'는 춤이자 스포츠로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비보이'의 또다른 인기비결은 경쟁심을 자극하는 '배틀'에 있다. 게임도 '스타크래프트'가 인기이듯, 춤도 전투적인 경쟁 스타일에 매료되고 있는 것. 상대방을 '쇼다운' 시키기 위해 기술을 연마하는 '길거리 댄서'들의 진지한 모습은 어른들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유연성이나 테크닉, 리듬적 센스면에서 우리가 서양애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그런데도 세계대회에 나가서 1등 하는 것은 '지독한 연습'의 결과다. 한국의 비보이들의 경쟁심은 장난이 아니다. '배틀'에서 질 경우 화장실에서 단체로 울기도 하고, 밥도 안먹고 연습한다. 그리고 군대를 가면 춤은 끝이기 때문에, 입대 전에 최고가 돼야한다는 강박관념이 한국의 댄서들을 더욱 더 지독하게 연습하게 한다." ('겜블러'팀의 리더 김정대·23)

이날 행사는 1월28일 케이블위성 음악채널 m.net '힙합 더 바이브'(밤 10·00)란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다.

◇'비보이'란

'비보이'(B-boy)는 'Breaking Boy'의 약자로 '브레이킹 댄스'를 추는 사람을 지칭하면서 동시에 댄스 장르를 대신하는 말이다. '백댄서'가 가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뒤에서 춤을 춘다면, '비보이'는 현란한 기교의 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공연이다.

'비보이'는 힙합의 4대요소인 '랩(Rap), 디제이(DJ), 그래피티(Graffiti·벽에 라커 등으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 비보이(B-boy)' 중 최근 청소년들이 열광하고 가장 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부분이다.

비보이의 기술로는 '토마스'(손을 바닥에 짚고 공중에서 다리를 엇갈리며 돌기), 윈드밀(누워서 다리 벌리고 돌기), 헤드스핀(머리를 바닥에 대고 돌기), 에어트랙(손만 바닥에 짚고 돌기) 등의 힘과 기술과 스피드를 요하는 '파워 무브'(Power-Move)가 있으며, 업락(기술을 위해 리듬을 타는 준비동작), 프리즈(고난이도의 동작으로 멈추기) 등 리듬감과 센스를 필요한 '스타일 무브'(Style-Move)로 나눌 수 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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