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위성방송으로 중계되는 빈 필 신년음악회를 시청한 유럽 음악팬들은 이와 같은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158년 역사의 빈 필 사상 처음으로 여성 단원이 연주하는 모습이 TV에 비쳤기 때문.
화제의 주인공은 27세의 ‘비너린(빈 토박이 여자)’인 우르줄라 플라이힝어. 비올라 연주자인 플라이힝어는 최근 빈 필 이사회에 의해 이 악단 최초의 여성 정단원으로 선발돼 이날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빈 필하모니는 최근까지 엄격한 ‘여성 배제’ 원칙을 고수해 여성운동가들의 비난을 들어왔으나 ‘출산과 육아 때문에 기량의 일관성을 해칠 수 있다’는 등 여러 이유를 들어 물러서지 않았다.
1997년 ‘한 치’ 물러서기는 했다. 하피스트 안나 렐케스를 입단시켜 일단 무대 위의 ‘남성 일색의 전통’이 깨진 것. 그러나 곧 렐케스씨는 숙련된 남성 하피스트의 부족 때문에 임시직으로 채용됐음이 밝혀졌다. 심지어 빈 필측은 연주를 중계하는 TV 관계자에 압력을 넣어 렐케스씨의 얼굴이 TV에 비치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플라이힝어씨는 빈 필 첫 정단원이자 TV에 얼굴이 비친 첫 여성단원이 된 것.
일단 얼굴은 비쳤지만 플라이힝어씨는 공개활동에 아직 제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일간 ‘크로넨 신문’은 1면에 대대적으로 ‘빈 필 금녀 해제’ 기사를 보도하면서 “그녀는 연주는 할 수 있지만 말은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빈 필측에서 인터뷰를 금했다는 것. 빈 필 대변인은 이에 대해 “단원 개인의 인터뷰가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케스트라는 전체로 기능하는 것이다”라고 응수했다.
최근 DG레이블로 우리나라에도 발매된 빈 필 2003년 신년음악회 앨범에는 해설지 두 번째 페이지에 플라이힝어씨의 연주 모습이 담긴 공연실황 사진이 설명 없이 실렸다. 바로 옆자리의 하피스트는 렐케스씨가 아닌 남성이어서 사뭇 ‘상징적’이다.
원전음악 지휘자에서 ‘보편적 지휘자’로 변신한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지휘한 2003년 신년음악회 앨범에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황제 왈츠’ ‘농담 폴카’ 등 알려진 곡과 ‘프란츠 요제프 1세 황제의 귀환을 축하하는 왈츠’ 등 희귀곡,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 5, 6번 등이 실렸다. 마지막 두 곡은 여느 해와 다름없이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마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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