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민경씨(32)는 틈만 나면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보낸다. 밥을 먹다가, 일을 하다가 수시로 찍어 e메일을 보낸다. 김씨는 “음성이나 문자보다 훨씬 더 친근감 있고 강렬하다”며 “마치 사진으로 일기를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승구씨(33·서울 강남구 수서동)도 평소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그림’이 될 만하면 셔터를 눌러댄다. 잘 나온 사진은 인터넷 동호회 게시판에 수시로 올린다.
이제 사진은 인터넷 환경에서 또 다른 언어가 됐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올려놓는 사진 사이트 아--(www.ahehheh.com)에는 신세대들이 찍은 다양한 일상들이 수두룩하다. 간략한 소개를 담은 본인 사진은 물론이요,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의 얼굴들을 올려놓고 회원들에게 품평을 청하기도 한다. 또 거리의 간판, 빌딩, 메뉴판, 음식, 여행사진, 사물을 미시적으로 찍은 접사 등 다양한 사진들이 선보이고 있다.
또 프리챌 커뮤니티 ‘사진을 올려라’(www.freechal.com/pkpj) 동호회 회원은 1만5600여명. 10, 20대 초반 네티즌이 주로 PC카메라로 찍은 얼굴사진 2000여장을 올려놓고 수시로 품평을 한다.
‘디카’ 열풍은 실생활에도 응용돼 최근 중고교생들 사이에선 교사의 판서를 디카로 찍는 경우까지 생겼다. 물건을 구입할 때도 디카로 미리 찍어 가족들과 상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같은 사진열풍을 반영해 요즘 전자회사들은 아예 캠코더가 내장된 휴대전화까지 경쟁적으로 선보여 동화상 촬영과 저장, 재생까지 가능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잘 찍은 사진 한 장’(웅진닷컴)의 저자인 사진작가 윤광준씨(46)는 “최근 사진열풍은 쉽고 간편한 조작 덕분에 기계에 대한 공포감이 없어졌고 특별한 이벤트에서만 사진을 찍는다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일상의 모든 것이 찍을 거리가 된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더 나아가 이제 찍는 행위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대중적으로 일게 되었고 최근 고급 갤러리나 대형 화랑에서 열리는 사진전에 대한 관심은 이에 대한 반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는 사진전이 줄을 이었다. 특히 호암미술관 미국현대사진전을 비롯해 도발적인 성적이미지를 표현한 일본작가 아라키 노부요시전(일민미술관), 파괴와 건설이 혼재돼 진행되는 베를린 사진전(대림미술관)에는 관객들 반응도 뜨겁다.
‘미국현대사진전’은 개막 2개월 만에 3만명을 돌파했고 아라키전은 1월 중순 현재 1만5000여명이 다녀가 폐막(2월 24일)까지 2만여명이 다녀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아라키 사진전은 일상성을 강조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어서 신세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사진집 발간도 사진깊이 읽기의 일환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사진문고를 발간한 열화당은 지난해 말 개정판을 냈는데 1질(10권)에 12만원짜리가 출간 한달 만에 500질이 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본격적인 사진전문 출판사를 표방하면서 그동안 50∼60종의 사진집을 펴낸 눈빛출판사 이규상 사장(43)은 “창립 초기인 80년대 말만 해도 사진 하면 일요 사진가들이 풍경이나 누드를 찍는 여가활동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역사 미술 등 다양한 분야로 사진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며 “활자 중심의 출판시장도 이제 영상과 이미지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고 전했다.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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