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오로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진기한 볼거리다. 직접 봐야만 더 이상의 찬사를 찾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심정을 이해한다.
오로라를 본 그 날. 영하 30도를 훨씬 넘어선 혹독한 옐로 나이프의 추위도 탄성과 전율을 막지 못했다. 컵 라면 한 개로 버틴 혹독한 심야추위 네시간. 첫 날은 실패했지만 둘쨋 날 다시 이를 악물고 버텨 기어코 보고야 말았다.
옐로 나이프는 캐나다에서도 북극권에 가까운 노스웨스트 테리토리에 있는 조그만 광산촌. 항공기에서 내려다 보니 거대한 얼음호수 그레이트 슬레이브 옆에 있다. 기내지가 영어와 이누이트 원주민(에스키모)어로 인쇄돼 있다. 그렇지. 여기가 원주민 이누이트 족의 땅이었지.
한낮인데도 기온은 영하 28도. 여기서는 보통이란다. 서부 개척기의 타운처럼 엉성해 보였지만 오히려 그 점에 더 마음이 끌렸다. 도착 직후 시내 눈밭에서 발견한 뇌조. 여러 마리였다. 눈속에서 하얀 깃털로 위장하는 카멜레온을 닮은 이 희귀한 새. 알프스에서도 보기 힘든데 여기서는 흔히 발견된다. 옐로 나이프의 자연식생이 얼마나 잘 보존됐는지 알 수 있다.
‘옐로 나이프’(Yellow Knife)라는 재미난 이름에 사연이 없을 수 없다. 금광촌이다 보니 다이너마이트를 많이 사용했는데 도화선을 절단할 때 사용한 칼이 노란 빛깔의 구리 제품이었다 해서 붙여졌단다. 구리칼이라야 마찰로 인한 불꽃 발생으로 폭발 위험이 없었다나.
현지 오로라투어의 일정은 이틀 혹은 사흘 정도. 매일 밤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쯤 떨어진 플렐루드 호숫가 숲 속의 관측대에서 이뤄진다. 낮에는 온통 설원인 주변의 호수와 벌판에서 개 썰매나 스노모빌 드라이빙 등을 즐긴다. 설피 산보나 물개가죽 눈썰매 타기 머쉬멜로 구워먹기 등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이지만 겁낼 것 없다. 현지 여행사(레이븐 투어스)측이 제공하는 방한복과 방한화, 모자 및 장갑으로 전혀 추위를 느낄 수 없다.
오로라 관측 첫날밤. 세 시간이나 기다렸는데도 오로라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실망감이란. 그러나 가이드는 걱정 말라고 위로했다. 통계수치까지 들이대면서. ‘이틀 연속 관측 시 볼 확률 65%, 사흘 연속 시 96%’라는 구체적인 통계였다.
이튿날 밤. 얼어붙어 작동불능이 되지 않도록 카메라를 품속에 품은 채 관측대를 서성대기 두 시간. 새벽 1시 경 별이 총총한 밤하늘에 얇은 구름 띠가 드리워졌다. 빛의 무리인 듯한 이 띠. 서서히 좌우로 옮겨 다니더니 10분 후 춤추듯 밤하늘의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순간적으로 빛줄기가 상하로 돌출했다 사라지는 과정이 반복됐다. 원주민들이 ‘신의 영혼’이라고 부르는 오로라 댄싱의 춤사위다. 이렇게 시작된 빛의 향연은 360도 머리 위로 펼쳐진 무한대의 밤하늘을 앞뒤 위아래 좌우로 종횡무진 누비는 오로라 쇼는 두 시간이나 이어졌다. 모양과 색깔, 주기와 강약은 변화무쌍했다. 신들린 듯 일필휘지하는 묵객의 신기에 가까운 붓 놀림이 하늘에 펼쳐진 듯한 형국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일본인 관광객 30여명.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탄성을 지르는 것 뿐 이었다. 이 쪽 하늘의 오로라를 보다가 옆에서 탄성이 들리면 그 쪽을 쳐다보는 식으로 밤하늘의 오로라를 쫓아다닌 지 두 시간. 환상의 오로라 쇼는 서서히 그 막을 내렸다.
옐로나이프(캐나다노스웨스트테리토리)=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옐로나이프=오로라가 자주 관측돼 캐나다에서 ‘오로라 수도’(capital of aurora)라 불리는 곳. 에드먼턴(알버타주)에서 북쪽으로 1500㎞ 거리(항공기로 1시간반 소요).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 북단의 툰드라 지역에 있는 노스웨스트 테리토리(인구 부족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준 주에 머문 곳·인구 4만200명)의 수도다. 1830년대 금 발견 후 정착촌이 형성된 금광타운. 현재도 금광 2개와 다이아몬드 광산 1개가 있다. 11년 전 일본인을 대상으로 시작한 ‘오로라 투어’가 성공, 현재 1년에 일본인 관광객만 1만 명 가까이 찾는다. 오로라 관측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2월 평균기온은 최저 영하 30, 최고 영하 20도.
◇오로라에 관한 정보
①동영상=에어캐나다 홈페이지(www.aircanada.co.kr)에서 ‘오로라 맛보기’ 클릭. 4분 24초. 현장에서 촬영한 오로라 댄싱이 선명하다.
②옐로 나이프 투어 정보=오로라는 물론 옐로 나이프와 현지투어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여기서 풀 수 있다. 개 썰매 및 스노모빌, 현지투어 동영상도 있다.
▽한글사이트(www.auroratour.com)=ING투어 제작.
▽영어사이트(www.ravenstour.yk.com)=옐로나이프 현지 오로라관측 전문여행사의 홈페이지.
● 패키지여행
국내 13개 여행사가 에어캐나다와 공동 개발한 오로라투어 패키지가 있다. 일정은 ‘밴쿠버(1박)∼옐로나이프(3박)∼밴쿠버(1박)’의 총 6박7일(기내 1박). 밴쿠버의 한국인 가이드 시내투어(총 이틀), 옐로나이프의 레이븐스투어(영어 가이드) 개 썰매, 아이스봅슬레이 ,얼음 낚시, 설피 산보, 물개가죽 눈길미끄럼 타기와 오로라관측(4시간) 및 시내관광 포함. 249만원(성수기 269만원). 내용은 홈페이지(www.auroratour.com), 구입처는 표 참조.
오로라투어 패키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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