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지구촌 패션 홍콩서 워킹

  • 입력 2003년 1월 23일 17시 24분


루루 정.홍콩(왼쪽사진)/쿨상천.한국
루루 정.홍콩(왼쪽사진)/쿨상천.한국

‘2003 가을, 겨울 홍콩 패션위크’가 14∼17일 홍콩 컨벤션 & 엑지비션 센터에서 열렸다. 주관은 홍콩무역발전국.

아시아 각국에서 온 의류 수입업자 등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 홍콩 중국 캐나다 프랑스 북한 등 총 22개국 919개 패션업체가 참가했다. 홍콩무역발전국측은 30년 역사의 ‘패션위크’와는 별도로 올해 처음 ‘월드 부티크’ 전시관을 따로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브랜드 파워가 있는 중고가 브랜드만 따로 선별돼 전시 및 패션쇼를 가졌다. 12개국 178개 업체가 참가했다. 홍콩무역발전국의 앤 칙 부국장은 “하청 생산방식을 벗어나 빠르게 브랜드화되고 있는 홍콩의 패션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육성하기 위해 ‘월드 부티크’관을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도리안 호.홍콩/윌터 마.홍콩.존 정.홍콩/조나단 서우.싱가포르/카르멘 응.캐나다/지오다노 레이디스.홍콩(왼쪽위에서부터시계방향)

● 블랙 & 페미닌

루루 정, 도리안 호, 월터 마, 존 정 등 홍콩의 일급 디자이너들과 홍콩 브랜드 ‘지오다노’의 여성복 브랜드 ‘지오다노 레이디스’, 캐나다 프랑스 등 해외 디자이너들이 참가한 각종 패션쇼에서는 실용적이지만 실루엣이나 장식이 매우 여성적인 디자인이 많았다. 특히 검은색 실크, 면 소재가 대거 등장했다.

루루 정은 검은색을 주조 색으로 프릴이 많이 달린 스커트나 밑단이 길게 퍼지는 팬츠 등을 선보였다. ‘검은 백조’를 컨셉트로 삼은 도리안 호는 검은색 실크와 퍼(fur)를 결합하거나 금색 비즈 장식을 단 화려한 이브닝드레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말 부산에서 패션쇼를 갖기도 한 월터 마는 ‘신비롭고 로맨틱한 보라색’을 주제로 블라우스는 헐렁하고 팬츠는 타이트한 디자인을 소개했다.

홍콩의 여성복 브랜드로 런칭 4년만에 홍콩 내 20개, 중국 본토에 28개, 대만에 6개의 매장을 갖게 된 ‘모아젤’도 공주풍의 원피스, 팬츠, 컬러가 화려한 블라우스 등을 선보였다. ‘모아젤’의 보비 챈 사장은 “스페인 최대의 의류브랜드 ‘자라’의 전략을 벤치마킹해 유럽의 귀족풍 디자인을 시즌당 800개씩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모아젤.홍콩/이사벨 토마스.프랑스/아회.한국/오정희 코스튬.한국/문군.한국/루이즈리.한국(왼쪽위에서부터시계방향)

● 한국 디자이너 쇼

서울시 산하 서울패션디자인센터가 후원한 18개 업체와 중소기업청,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후원한 12개 업체가 ‘패션위크’ 및 ‘월드 부티크’에 참가했다.

이 가운데 서울패션디자인센터가 후원한 젊은 디자이너 브랜드 ‘쿰’ ‘가니시’ ‘가넷’ ‘루이즈 리’ ‘치치오네’ ‘A1마인드’ ‘문군’ ‘신지’ ‘쿨상천’이 15일 ‘코리안 패션 디자이너쇼’를 갖고 주로 진, 니트, 면 등으로 만든 캐주얼 의류를 선보였다. 이 디자이너들은 주로 동대문 등지에서 출발해 해외 시장을 넘보고 있는 야심만만한 ‘패션 벤처 사업가’들.

패션쇼에서 ‘쿨상천’의 유성실 디자이너는 니트 모자 위에 상모처럼 긴 끈을 단 뒤 끝에 커다란 털뭉치를 다는 등 아기자기한 액세서리와 컬러풀한 색감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문군’은 트레이드 마크격인 검은색의 미니멀한 디자인을 유지하되 긴 소매에 연결된 단추를 뜯어내면 손쉽게 반소매로 만들 수 있는 실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의 기획으로 14일 열린 ‘수프림 코리아 아티스트 패션쇼’에는 ‘김혜순 한복’ ‘오정희 코스튬’ ‘아회’ ‘씨실’ ‘에스더 리’ 등 다섯 개의 한복 브랜드가 화려한 색감의 전통 및 생활한복을 선보였다.

제주도산 감으로 만든 천연 염색기법을 이용한 ‘오정희 코스튬’은 독특한 살구색 색감의 생활한복을 선보여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아회’의 오렌지+아이보리, 아이보리+브라운 등 얇은 두 가지 색상의 한복천을 겹친 레이어드 스커트는 차분하고 단아한 멋을 보여 주었다.

한복쇼의 기획 배경에 대해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사업팀 정태성 대리는 “아직 식지 않은 월드컵 열기를 활용해 한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바이어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24년간 중화권을 상대로 의류 사업을 하고 있는 홍콩한인상공회 김성신 이사는 “우리나라 구두브랜드 ‘무크’가 홍콩에서 성공한 이유는 도시적인 디자인과 마케팅 기법을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같은 동양 문화권에서 열린 수주 중심의 행사에 한국 전통 강조는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콩=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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