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센터 이호재대표 “이중섭미술관에 원화 쾌척”

  • 입력 2003년 1월 23일 18시 12분


이중섭이 담뱃갑 은박지에 그린 은지화 '아이들'. -사진제공 가나아트센터
이중섭이 담뱃갑 은박지에 그린 은지화 '아이들'. -사진제공 가나아트센터
17일 강원 양구군에 있는 박수근 미술관에 미술애호가 조재진씨가 감정가 2억원 상당의 박수근 유화 ‘빈수레’를 기증한 데 이어 가나아트센터 이호재 대표(49)가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 미술관에 이중섭 원화 등 40여억원에 달하는 작품을 기증키로 해 화제다. 2년 전 경영 일선에서 은퇴한 뒤 공식 석상에 나타나기를 꺼려온

이 대표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말 개관한 이중섭 미술관이 원화 한 점 없이 운영 중이어서 ‘속 빈 강정’이라는 말을 듣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96년 서귀포 이중섭 거리 조성지원을 계기로 인연을 맺은 데다 올해는 가나화랑이 만 20주년을 맞는 해여서 뭔가 뜻 깊은 일을 생각하던 중 작품 기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기증하는 작품들에는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 유화 2점, 드로잉 1점, 은지화(담뱃갑 은박지에 그린 그림) 2점 등 이중섭의 원화 7점을 비롯, 이중섭의 동년배 작가들로 우리나라 서양화단을 이끌어 온 박수근, 김환기, 유영국, 장욱진, 이응로, 중광, 손응성, 하인두, 박인경 등의 작품 43점도 함께 포함된다.

이중섭의 유화는 작품당 2억∼5억원에 이르며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모두 고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 기증하는 작품 40여점을 시가로 환산하면 최소한 40억∼50여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화랑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1983년 화랑을 연 이후 미술, 출판, 아트숍, 레스토랑, 아카데미, 판화 및 도예공방 등 국내 최대 미술그룹을 일군 이 대표는 2년 전 80년대의 대표적 민중 미술품 200여점(30억∼40억원어치)을 서울시립미술관에 선뜻 기증했는가 하면 주요 계열사의 경영을 직원들에게 맡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현재 각각 국내 최초인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경매와 미술 포털사이트 가나아트닷컴(ganaart.com) 운영에만 관여하고 있다. 이중섭 미술관은 서귀포시가 10억4600여만원을 투입, 생가 터인 정방동에 지상 2층 연건평 589㎡ 규모의 전시관을 지어 지난해 11월 28일 개관했다. 미술관은 예산 때문에 원화를 확보하지 못해 고심해왔다.

천재화가로 불리는 이중섭(1916∼1956)은 평양 출신으로 전쟁 직후인 1951년 한 해 동안 서귀포에 살면서 불후의 명작들을 많이 남겼다. 가난 속에서도 담뱃값 은박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등 치열한 예술혼을 불태웠던 그는 이듬해 생활고에 시달린 아내가 두 아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뒤 부두노동자 등으로 생계를 이어나갔다. 정신분열증세를 보였던 그는 마흔살 나이에 요절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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