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환자 없는 그날을 위하여”
서울대병원 이춘기 교수(왼쪽)와 서울아산병원 이춘성 교수는 형제 사이로 정형외과의 대들보로 평가받는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어려울 때마다 서로 찾는 두 교수는 사실 어깨동갑인 형제다. 두 교수는 서울 재동초교, 서울중, 서울고, 서울대 의대 1년 선후배 사이. 두 사람 모두 척추 분야의 명의인 석세일 교수(현 인제대 의대 교수)의 애제자였다. 서울대병원에서는 형제의 전공의 시절에 형이나 동생이 서로의 앞에서 교수나 선배에게 꾸지람 받는 일을 피하기 위해 두 사람을 늘 다른 팀에 배치했다.
둘은 어릴 적부터 서로 경쟁하고 밀어주면서 척추기형 수술의 고수(高手) 자리에 올랐다.
형은 등뼈가 옆으로 휘는 척추측만증, 동생은 허리가 굽는 요부변성후만증의 권위자다. 정형외과 의사들은 두 사람의 이름 마지막 글자를 따 ‘측기후성(側基後聖)’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척추가 옆으로 휜 환자는 이춘기 교수, 앞뒤로 굽은 환자는 이춘성 교수에게 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에는 대한정형외과학회에서 주는 양대(兩大) 의학상 중 학술상본상은 형, 말례재단상은 동생이 받기도 했다.
형제의 부친은 이정린 전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82)로 의학계와 관련이 없다. 하지만 두 형제의 처가는 모두 의사 집안이다. 형의 장인은 소아 심장학의 대가인 홍창의 전 서울대병원장, 동생의 장인은 인공 엉덩관절 수술의 대가였던 안화용 전 연세대 교수.
형제는 의료계에서 ‘교과서’로 통한다. TV에서 누군가가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황당한 비법을 자랑하면 형제 중 누군가가 밤을 새워 자료를 뒤져서 반박 편지를 보내거나 반박문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두 교수는 2000년 ‘상식을 뛰어넘는 허리병’이라는 책을 내면서 ‘아프리카에는 디스크 환자가 없다’는 부제를 달고 의사들의 과잉진료를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형은 ‘디스크 치료 분야에서는 동생이 더 전문가’라면서 저자명에 동생의 이름을 먼저 올렸다.
“감기에 걸렸을 때 밀가루를 약인 양 먹고 1주일 뒤 나을 확률은 100%다. 요통도 비슷하다. 허리가 아픈 사람의 90% 이상이 2∼3개월 안에 저절로 좋아진다. 이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치료를 해놓고 그것 때문에 나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요통 분야는 온갖 비법이 횡행하고 사기꾼이 판치기 좋은 분야다.” (이춘기 교수)
“지금까지 2000∼3000명의 환자를 수술했지만 지금도 수술은 부담이 된다. 그래서 수술 전날에는 억지로 술자리에 가도 술은 입에 대지 않는다. 또 수술은 잘해도 회복이 잘 안 되는 사람도 있다. 절대 쉽게 수술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이춘성 교수)
두 교수는 척추측만증 치료가 횡행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똑같이 우려했다.
형은 “일부에서 척추측만증은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해야 하며 방치하면 심폐기능에 이상이 생긴다고 말하지만 이 병은 대부분 외관상 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측만증학회는 조기 치료의 효과가 없다고 공식 발표했고 영국에서는 83년부터 측만증에 대한 학교 검진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동생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척추측만증 환자는 2.5% 내외에 불과한데도 우리나라는 5∼20%가 나오는데 이것도 검사방법이 잘못돼서 나온 결과”라고 거들었다.
또 교실의 노후한 책걸상이나 무거운 가방이 척추측만증을 유발한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는 것. 형제는 “척추가 휜 정도가 20도 이하이면 경과만 관찰하고 20∼50도이면 보조기를 착용하며 50도 이상이면 수술을 하는데 쓸데없는 치료가 만연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더러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척추측만증의 경우 형은 검진 자체의 유용성은 있다고 보고 있지만 동생은 검진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형은 “의대 교수는 연구에 매달려 많은 논문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동생은 “의대 교수도 의사인 이상 환자 치료에 더 몰두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대해 주위에서는 두 사람이 소속된 병원의 특성과 관계가 깊다고 설명한다.
두 교수는 환자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사이비 의사의 말을 듣고 와서 왜 척추측만증 치료를 안 해주느냐고 따집니다. 또 많은 사람이 요통으로 필요 없는 수술을 받거나 비과학적인 민간요법에 매달리기도 하고 보조기구에 기대며 되레 증세를 악화시킵니다. 의사뿐 아니라 환자도 과학적 진실에 따라야 합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 형제의사가 디스크 환자에게
▽운동을 하라=허리 디스크 등 척추질환은 허리 근육의 문제 때문에 생긴 경우가 많다. 요통이 있는 경우 운동만으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고 요통의 예방과 수술 뒤 회복을 위해서도 운동이 필요하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배와 등의 근육이 균형을 이루면 요통이 사라진다. 허리가 튼튼해지는 운동으로는 걷기 등산 수영 자전거타기 윗몸일으키기 등을 추천할 수 있다.
▽사이비 의료를 멀리하라=사이비 의료인은 대략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잘 치료되지 않는 병에 대해 빠르고 완벽한 치료 효과를 강조한다. 유명인사의 완치 사례나 추천을 활용한다. 일반적인 치료법은 해로우며 자신에게 치료받지 않으면 큰일 날 듯이 얘기한다. 자신의 치료법은 기적이라고 말하고 근거를 물으면 비밀이라고 얘기한다. 의료계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탄압하지만 언젠가는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비용을 턱없이 비싸게 받는다.
▽수술은 신중히 결정하라=허리 통증이 견딜 수 없거나 발가락이나 발목의 힘이 뚝 떨어졌을 때, 대소변을 보는 힘이 약해지거나 마비증세로 다리를 전혀 움직일 수 없을 때, 요통이 생긴 지 한두 달이 지나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서 통증 때문에 생활이 불가능할 때 등이다. 허리가 아프면 응급상황이 아니라면 물리치료, 통증클리닉 치료, 약물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를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 아프기는 하지만 어지간히 견딜 수 있는 상태에서 수술을 받으려면 의사 2명 이상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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