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20여개의 반사행동을 보인다. 살기 위한 본능을 타고나는 것이다.
이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이 ‘바빈스키 반사’다.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할 때 의식을 잃은 환자가 실려 오면 뇌손상 여부를 알기 위해 제일 먼저 실시했던 간단한 검사가 바빈스키 반사였다.
바빈스키 반사란 발바닥의 움푹 파인 부위에서 엄지발가락 방향으로 손가락으로 둥글게 긁었을 때 발가락들이 부챗살처럼 쫙 펴지는 것이다. 이러한 반사가 나타나면 뇌손상을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승민이에게는 이러한 반사가 나타나야 정상이다. 이는 아기의 뇌신경발달이 미성숙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대개 생후 1세까지 지속된다.
승민이를 목욕시키면서 하는 반사 테스트는 ‘모로 반사’와 ‘잡기 반사’.
모로 반사는 안았던 아기를 살짝 내려놓으면 갑자기 두 팔과 다리를 벌리고 손가락을 폈다가 급히 안쪽으로 포옹하듯 모으는 자세를 말한다. 무릎을 가슴까지 올리고 가끔은 울기도 하는데 이 또한 정상적인 반응. 생후 4개월 이후에도 모로 반사가 계속되면 뇌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잡기 반사는 집게손가락을 아기의 손바닥에 갖다대면 아기가 순간적으로 모든 손가락을 이용하여 꽉 잡는 것. 승민이에게 가끔 잡기 반사를 시험해 보면 너무나 꽉 잡는 바람에 그대로 들어올릴 수도 있었다.
생후 4주부터는 ‘토닉 넥 반사(긴장성 목 반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아기가 깨어 있을 때 바로 눕히면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주로 팔을 구부린 방향보다는 쭉 편 방향으로 돌리는 것을 말한다. 이 반사는 3∼4개월이 지나면 사라진다. 뇌성마비의 경우에는 이러한 반사가 오래 지속될 수가 있다.
긴장된 마음으로 몇 가지 반사를 승민이에게 시험해본 결과 다행히 모든 반사에서 정상반응을 보였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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