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佛앙굴렘 만화페스티벌 폐막…한국특별전도 인파 몰려

  • 입력 2003년 1월 26일 18시 48분


프랑스 앙굴렘 만화페스티벌에서 한국특별전 전시장 입구가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비고 있다. 한국은 이번 축제의 주빈국으로 초청돼 한국 만화의 위상을 프랑스어권에 알렸다.앙굴렘(프랑스)=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프랑스 앙굴렘 만화페스티벌에서 한국특별전 전시장 입구가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비고 있다. 한국은 이번 축제의 주빈국으로 초청돼 한국 만화의 위상을 프랑스어권에 알렸다.앙굴렘(프랑스)=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26일 막을 내린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은 벨기에와 ‘탱탱(Tintin)’을 위한 축제였다.

23일 개막식날 앙굴렘 마렝고 광장에는 벨기에의 왕위 계승권을 가진 마틸드 공주와 그녀의 남편 필리프공을 보려는 관중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99년 결혼한 올해 30세의 젊고 우아한 마틸드 공주의 인기는 대단했다. 영국 다이애나비를 잃은 유럽인들은 그녀에게서 다이애나를 대신할 그 무엇을 찾고 있었다.

올해의 페스티벌 대표 전시작가로 벨기에 출신의 만화가 프랑수아 슈이텐이 선정됐다. 그러나 마틸드 공주 부부가 그를 축하하기 위한 이유만으로 이곳에 온 것은 아니다. 이날은 벨기에 출신으로 세계적인 만화 ‘탱탱’의 작가인 에르제(1903∼1983)를 기리는 특별 행사가 열렸다. 시청에서 마렝고 광장으로 이어지는 거리의 이름을 에르제로 바꾸고, 에르제의 흉상을 제막하는 행사였다.

마틸드 공주 부부를 기다리는 동안 만화 ‘고양이(Le Chat)’의 작가 필리프 겔뤽이 나타나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겔뤽 역시 벨기에 출신 만화가다. 겔뤽은 “나는 탱탱을 보면서 글읽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겔릭만 그런 게 아니다. 프랑스어권의 어린이들은 탱탱을 보며 글읽기를 시작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이 어느날 문화부장관 앙드레 말로를 붙잡고 이렇게 고백했다.

“세계에서 나의 유일한 라이벌은 탱탱이야.”

앙굴렘은 보르도 인근의 인구 10만4000명의 소도시. 프랑스 여행관련 책자에도 잘 나와 있지 않은 이런 조그만 도시에서 30년전 아마추어 만화가들이 페스티벌을 시작했고 지금 이 페스티벌은 매년 20만명 가량이 찾는 세계 최대의 만화축제로 자리잡았다. 관객들은 호텔도 부족한 앙굴렘에서 무려 100km이상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는 불편을 감수하기도 한다. ‘르 피가로’는 이날자 신문에서 ‘앙굴렘시의 조사 결과 만화 페스티벌로 매년 1500만유로(약 185억원)가 유입되며 해마다 205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앙굴렘의 성공 요인중 하나는 프랑스 만화를 상징하는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의 거리를 만들기 전에 벨기에인을 위한 ‘탱탱’의 거리를 만드는 개방성에 있다.

그 개방성은 올해 한국만화특별전으로 이어졌다. 2001년 일본전, 2002년 미국전에 이른 앙굴렘 페스티벌 사상 세 번째 특별전이다. ‘한국문화의 역동성(La Dynamique de la BD Cor´eenne)’이라는 주제하에 양영순 등 20, 30대 젊은 작가 19명의 작품이 눈에 띄게 전시됐다. 전시는 첫날부터 만화애호가로 발디딜 틈 없이 성황을 이뤘다.

비디오게임 캐릭터 일러스트레이터인 이지스 스피테리씨(19)는 “한국 만화는 폭력적인 내용이 적고 일상을 많이 다루고 있어 일본만화 보다 훨씬 친근감을 준다”고 말했다. 성완경 한국전 총괄큐레이터는 “일본색이 느껴지지 않는, 한국의 독자성을 강조하려다보니 젊은 작가 위주가 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 만화를 주로 출판하는 PIKA 출판사의 뱅상 주주코브스키씨(29)는 “양경일의 ‘신(新)암행어사’ 등 2권의 한국 만화 출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앙굴렘 페스티벌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중요한 전시인 견본시장(북페어)에 가보면 프랑스어로 번역된 일본 만화는 이미 유럽이나 미국 만화에 버금갈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한국 만화는 한권도 눈에 띄지 않는다. 지금까지 프랑스어로 소개된 한국 만화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현세의 ‘아마겟돈’ 등 2권의 작품이 착오에 의해 일본 만화 시리즈의 하나로 번역 출판된 적이 있을 뿐이다.

김낙호 한국전 공동큐레이터는 “일본 만화는 프랑스어권에 소개된지 40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앙굴렘(프랑스)=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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