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지 보고서’ 그 후 50년…여성 삶은 어떻게 변했나

  • 입력 2003년 1월 26일 19시 05분


인간의 성(性)생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일명 ‘킨지 보고서’(원제:여성의 성적 행동·Sexual Behavior in the Human Female)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준 지 50년이 지났다.

앨프리드 킨지 박사(사진)의 성문제 연구를 후원했던 인디애나대와 킨지연구소는 이 책의 발간 50주년을 맞아 여성의 건강과 성생활을 주제로 한 미술 전시회, 강연회, 토론회, 영화제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벌인다.

행사 준비측은 “여성의 성에 대한 담론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낸 킨지 보고서의 의의, 이후 사회와 여성이 얼마나 변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1972년 세계 최초의 페미니스트 잡지 ‘미즈’를 창간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20세기 여성운동의 대모(大母)’로 불리는 글로리아 스타이넘(68)이 다음달 6일 기조 연설을 하는 것을 비롯해 3월6일 ‘여성의 성에 대한 최근 연구동향 토론회’, 3월12일 웬디 샌포드의 오찬 강연 ‘여성의 몸과 자아’ 등이 열릴 예정이다. 상세한 행사와 일정은 킨지연구소 홈페이지(www.kinseyinstitute.org) 참조.

하버드대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킨지 박사는 1938년 인디애나대에서 결혼에 대한 강좌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강의 준비를 하던 중 인간의 성생활에 대한 연구 자료가 턱없이 부족함을 알게 됐다. 그는 미 전역에서 1만8000명을 면접하여 얻은 1만2000건의 자료를 묶어 1948년 ‘남성의 성적 행동’, 1953년 ‘여성의 성적 행동’을 각각 펴냈다.

동성애를 한 차례 이상 경험한 남성이 37%에 이른다거나, 기혼 남성의 절반, 기혼 여성의 25%가 혼외 정사를 갖고, 여성의 절반은 혼전에 성관계를 갖는다는 등의 적나라한 연구 결과는 세계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하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성의 성에 대한 두 번째 책은 한 달 만에 27만권이 팔려나가는 등 성공을 거뒀으나, 당시 유럽 주둔 미군 당국은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추방했으며, 록펠러재단은 의회의 압력으로 킨지의 성 연구소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킨지 보고서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의 성적 자율성, 동성애자의 인권 등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킴으로써 사회적 진보에 일조했고 △성을 학문의 주제로 격상시켰으며 △정치, 가족·사회제도, 성 차별 및 성(性)과의 연관성을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킨지 박사는 1941년 록펠러재단의 지원을 바탕으로 킨지 연구소의 모태인 성 연구소를 세웠으며, 62세가 되던 56년 찬사와 조롱이 엇갈린 가운데 사망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