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1 새 대하사극 '武人時代' 본격 조명

  • 입력 2003년 1월 27일 17시 59분


사진제공 KBS

사진제공 KBS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는가.”(노예 만적)

고려사 ‘무신정권 시대’는 한국사에서 보기 드물게 가장 역동적인 정변의 시기다. 정변을 일으킨 무신이 왕의 여자를 부인으로 삼는가하면, 천민계급이 국가의 최고 통치자 신분에 오르는 등 조선시대에는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드라마틱한 변혁기였다. 고려 무신정권은 사극 연출가들에겐 언젠가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시대였다. 그러나 ‘군사정권의 독재를 미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TV사극으로 쉽게 만들어지지 못했다.

KBS가 15년간 기획해왔던 ‘무인시대(武人時代)’를 2월8일부터 150부작으로 1년6개월 동안 방영한다. ‘태조왕건’과 ‘제국의 아침’에 이은 고려사 시리즈 세번째. 극본은 SBS ‘여인천하’를 썼던 유동윤 작가가 맡았다.

연출을 맡은 윤창범 PD는 “무인집권자들은 몽골제국의 발흥기에 나약했던 문벌귀족 사회의 모순을 타파하고 고려의 자주성과 민중들의 자각을 일깨운 시대정신의 대변자들이었다”며 “조선 성리학자들의 편협한 눈으로 왜곡돼 있던 이 시대를 역동적이고 우리 민족의 진취적인 역사의 한 부분으로 조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인시대’는 조선시대 ‘궁중사극’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주인공은 왕과 대신 궁녀가 아니라 수박회와 격구로 단련된 무예의 고수인 장군들이다. 노비들과 천민계급, 승려, 떠돌이 무사들이 야사(野史)가 아닌 정사의 전면에 등장한다. 특히 남자와 똑같이 상속을 받았던 고려의 여인들은 현대 여성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유스럽다.

액션도 천편일률적인 검술에서 벗어나 현실성을 높였다. 장군들의 개성과 캐릭터는 다양한 무기로 표현할 계획. 이의방(서인석)의 ‘철퇴’, 이의민(이덕화)의 ‘쌍도끼’, 정중부(김흥기)의 ‘장검’, 경대승의 ‘부채’, 이고(박준규)의 ‘쌍칼’, 채원(김명국)의 ‘청룡언월도’….

▽‘제국의 아침’과 ‘무인시대’, 그리고 ‘삼별초’〓KBS 드라마국 안영동 부주간은 “광종의 개혁을 다룬 ‘제국의 아침’이 시청률은 낮았지만 고려사 시리즈를 이해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드라마였다”고 설명했다.

‘무신정권’이 등장하게 된 배경엔 광종의 개혁이 있었다는 것.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위해 실시한 광종의 ‘과거제도’에는 무과가 없고, 문과만 있었다. 이 때문에 지방호족 출신이 대부분이었던 무신들은 밀려나고, 문벌귀족 중심사회가 건설된다. ‘무신정권’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차별받던 무신들의 대반격이었던 셈이다.

KBS 고려사 시리즈는 ‘무인시대’가 끝난 후 대몽항쟁을 그린 ‘삼별초’를 방영할 계획이다. 고려의 대몽항쟁을 세계적인 대제국과 동방의 작은 나라가 30년 동안이나 펼친 ‘세계 제1차 대전’으로 그려나가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복안. 무신정권이 아니라 문벌귀족 정권이었다면 그렇게 오래 항쟁하지 못하고, 몽골에 복속했을 것이라는 것은 학계의 일치된 이견. 그러나

한편 무신정권의 대몽항쟁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최씨 정권의 ‘대몽항쟁’은 대외적으로는 자주성을 표방했지만, 사실 ‘정권안보’적인 차원이 더 크다. 강화도로 천도해 정권은 지켰다고 하지만, 그 때문에 백성들은 철저히 방치되고 유린당한 것 아닌가.” (고려사 연구가 김창현)

▽무신정권과 사무라이〓‘무인시대’의 원래 제목은 ‘장군’. 그러나 일본의 사무라이 ‘쇼군’(將軍)을 연상케한다는 이유로 제목이 바뀌었다.

고려에서 1170년 먼저 ‘무신정변’이 일어난 뒤 100년 만에 몰락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1192년 가마쿠라(鎌倉) 막부시대가 열리면서 첫 ‘사무라이 정권’이 들어선 뒤 메이지(明治)유신까지 700여년 이어졌고 사무라이는 독특한 문화를 가진 지배계층으로 자리잡았다.

“일본의 사무라이 정권은 천황과 별도로 지방에서 독립적으로 통치하는 정권이었던 반면, 고려의 무신정권은 왕조에 기생하면서 국가조직을 통해 통치했다. 결국 고려의 무신정권 중앙집권제 사회를 강화했고, 일본 사무라이들은 봉건적 지방분권 사회를 만들어냈다.” (‘고려 무인이야기’의 저자 이승한)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무인시대' 주요 캐릭터▼

●이의방(서인석)

무신정권 최초 집권자. 1170년 정중부, 이고와 함께 무신정변을 일으킨다. 의종의 애첩 ‘무비’를 뺏어서 자기 첩으로 만들고, 철퇴를 즐겨 사용하는 과격한 인물. 정중부의 아들 정균(이민우)에게 살해당한다.

●이고(박준규)

무신정변 당시 모든 문신들을 살상하자고 주장한 과격주의자. 박준규는 ‘야인시대’에서 선보였던 ‘쌍칼’의 이미지를 살려 쌍검을 휘두른다. 이고는 1171년 이의방을 제거하려 하다가 오히려 이의방에게 죽는다.

●정중부(김흥기)

‘무신정변’ 당시 최고계급인 상장군. 무신정변은 곧 ‘정중부의 난’으로 불린다. 그는 하위계급인 이의방이 그에 앞서 실권을 잡게할만큼 정치적으로 노회하다. 검술에 능했으며 1179년 같은 무신인 경대승에게 무너진다.일가족이 몰살당한다.

●경대승(미정)

무인시대의 이상향을 꿈꿨던 냉철한 개혁주의자. ‘도방’을 설치하고, 국정을 집중한 군정기관으로 ‘중방제’를 실시하지만 30세로 병사한다. 젊고 개혁적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청춘 스타급 탤런트를 염두에 두고 캐스팅 중.

●이의민(이덕화)

별명은 ‘계림 황제’. 천민출신으로 기골이 장대하고, 수박을 잘해 의종의 총애를 받아 별장이 된다. 무신정변 후 의종 복위운동을 평정한 공으로 대장군이 된다. 황제 찬탈까지 꿈꾸다 최충헌에게 살해된다.

●최충헌(미정)

80회부터 등장하며 ‘무인시대’의 3분의1 가량을 차지하는 인물. 좌별초, 우별초 등을 만들어 정보정치에 기반을 둔 철권통치 시대를 연다. 이후 최씨의 세습정치는 63년간 지속된다. 아직 배역은 캐스팅이 되지 않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