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날. 정작 있어야 할 사람이 없었다. 불가능하게 보였던 이 계획을 현실로 만든 아돌프 구에르 첼러(1839∼1899년)다. 불행히도 완공에 앞서 숨진 것. 대신 그 자리를 그의 딸이 채웠다. 16년 간의 악전고투를 마무리지은 ‘철의 여인’. 첫 열차가 융프라우 요흐에 닿았다. 첫 발을 내디딘 손님 역시 젊은 여인이었다. 이날 ‘젊은 여인’이란 뜻의 융프라우(Jungfrau)요흐는 두 젊은 여인에 의해 정복됐다. 우연일까.
융프라우가 여성을 상징한다면 나란한 아이거 봉은 남성의 상징이다. 그러나 북벽은 융프라우철도 개통 때까지도 인간의 등정을 허용치 않았다. 1858년 찰스 베링턴의 정복(다른 코스)후 북벽 등정은 참담한 희생만 낳았을 뿐. 그 ‘악명 높은’ 북벽 등정에 성공한 것은 철도 개통 26년 후(1938년). 요즘은 매년 200여명이 20여 개 코스로 북벽을 등정하고 있지만 1988년 이후 목숨을 잃은 이는 없다. 3년 전 에는 한 이탈리아 익스트림 스키어가 북 벽을 등정 후 스키로 내려와 화제가 됐다.
클라이네샤이덱 역에 서니 아이거 묀흐 융프라우 세 거봉(巨峰)이 벽처럼 다가섰다. 역을 떠난 열차. 2㎞ 쯤 가다가 북 벽 터널로 사라졌다. 게서부터 톱 오브 유럽까지는 10㎞. 줄곧 터널로 아이거 묀흐 두 봉 암반속을 톱니바퀴 레일로 올랐다. 터널안 역은 두 개. 아이거 반트(2865m)와 아이스 메어 역(3160m)다. 북벽에 설치한 유리창으로 설원이 보였다. 베르너 오버란트(고원)과 알레취 빙하(유네스코지정 인류자연유산)의 ‘얼음바다’였다.
종착역인 ‘톱 오브 유럽’(3454m). 인터라켄 오스트 역 출발 2시간 반 만에 도착했다. 고산증이 느껴졌다. 숨차고 어지럽고 메스껍고. 산소가 평지의 75%수준인 탓이다. 천천히 걷고 물을 마시면 나아진다. 빙하 속의 얼음궁전(아이스 팰리스)을 본 뒤 야외 전망대로 갔다. 눈 덮인 알레취 빙하와 알프스 산악 군이 선명했다. 지하통로로 기상관측소인 스핑크스(3550m)로 가서 엘리베이터로 야외테라스에 올랐다. ‘설산의 바다’가 펼쳐졌다.
융프라우철도 관광은 순환코스가 좋다. 인터라켄 오스트(출발)∼라우터브룬넨(환승)∼클라이네샤이덱(환승)∼톱 오브 유럽∼클라이네샤이덱(환승)∼그린델발트(환승)∼인터라켄 오스트(도착) 코스. 하산 길 ‘아이거 런’(눈썰매)은 한겨울 빼놓을 수 없는 재미. 클라이네샤이덱 역에서 그린델발트행 열차(벵게른알프철도)를 타고 알피글렌 역에서 내려 호텔로 가 나무썰매를 빌렸다. 여기서 아랫마을 브란덱역까지는 썰매로 20분 정도 거리. 아이거 북벽 아래 꼬부랑길에서 즐기는 눈썰매는 생각보다 재미있다.
종점인 브란덱 역 앞 산장식당은 치즈 퐁뒤(스위스 전통음식)로 유명한 곳. 스위스샬레(전통 목조주택)의 따뜻한 원목실내의 촛불 밝힌 나무식탁에서 치즈 퐁뒤로 즐기는 저녁식사 또한 스위스 알프스 겨울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여행정보
◇아이거 런(Eiger Run)=3월 30일까지 매주 수∼토요일 밤 썰매도 있다. 브란덱의 베르크 레스토랑(산장식당) 치즈 퐁뒤는 종류별로 1인당 22∼27 스위스 프랑.
◇융프라우철도 정보=동신항운(www.jungfrau.co.kr) 02-756-7560
인터라켄(스위스)=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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