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박사 이종호씨(55)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과학적으로 해석하는 독특한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과학으로 다시 보는 한국의 유산 21가지’ ‘과학이 있는 우리 문화유산’ 등의 저서는 지금까지 그가 해온 작업들의 열매들이다.
그가 최근 펴낸 ‘신토불이 우리 문화 유산’(한문화)도 과학을 응용해 한국의 문화를 짚어본 책이다. 이 책에는 지게, 장승 등 우리의 ‘물질적 유산’뿐 아니라 부적, 계(契) 등의 ‘풍속 문화’까지 다양한 문화 유산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부적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고도의 심리치료제라는 것이 그의 설명. 부적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얻고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또 고스톱이 단순한 도박이 아니라 사회와 정치를 반영하는 과학적 놀이 문화라고 해석한다.
세계 최초의 온실이 조선 세종 때 한국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 근거로 조선 초기의 어의(御醫)였던 전순의가 지은 ‘산가요록(山家要錄)’을 인용한다.
이 책에는 온돌과 창호지를 이용해 겨울에도 채소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이 온실이 실제로 사용됐는지에 대해선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그는 지난해 한 단체가 이 책에 나온 기록대로 온실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한다.
이종호 박사는 70년대 말 현대 과학으로도 에밀레종(봉덕사종)의 소리를 재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 문화 유산의 과학성에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있던 아이디어들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키고 연구한 끝에 90년대 초부터 책을 펴내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의 문화 유산이 무조건 남보다 낫다고 주장할 필요는 없지만, 남보다 나은 문화 유산을 찾아 부각시키는 것은 후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주성원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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