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茶 연구 24년 박동춘, “이젠 제자를 만들까 해요”

  • 입력 2003년 1월 29일 19시 03분


서당 ‘훈장’인 박동춘씨는 책을 읽을 때도 늘 차를 곁에 두고 있다.박영대기자
서당 ‘훈장’인 박동춘씨는 책을 읽을 때도 늘 차를 곁에 두고 있다.박영대기자
차 연구가 박동춘씨(50·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는 한국 차의 중흥조로 불리는 초의선사(1786∼1866)의 다맥(茶脈)을 잇는 인물. 그는 24년 전인 1979년 전남 해남 대흥사 주지였던 응송 스님(작고)을 만나 차 만드는 법을 배웠다. 응송 스님은 초의선사를 계승해 한국 전통차를 지켜왔다.

그가 만든 일명 ‘박동춘 차’는 전통차 애호가 사이에서는 꽤 알려져 있다. 정양모 전 국립박물관장, 최완수 간송미술관 연구실장, 변영섭 고려대 교수 등이 철마다 청해 마신다. 시중에서 그의 차를 구할 수는 없다. 단 한 번도 돈을 받고 차를 팔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드러내지 않고 차만 만들어온 그가 최근 큰 결심을 했다. 차를 만들기 시작한 지 24년 만에 처음으로 ‘제자’를 모집하기로 결심한 것. 수강료는 없다. 실습에 들어가는 비용도 모두 박씨와 그의 후원회가 부담한다. 그런데 제자가 되는 요건과 과정이 까다롭다.

35세 미만으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거나 그에 준하는 학력이 있으면 되고, 한문과 논술 시험을 치러 합격해야 한다. 이후 5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차 만드는 방법을 실습을 통해 배우는 것은 이 과정의 일부일 뿐. 격몽요결 소학 대학 맹자 중용 등 중국 고전과 다경, 다신전, 동다송 등의 다서(茶書)를 원전으로 배운다. 한국 문화 각 분야의 전공자를 초청해 특강도 듣는다. 박씨는 “소양과 정신 자세가 우선되어야 제대로 된 차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대단한 한문 실력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한자(漢字)만 어느 정도 알면 나머지는 제가 가르칩니다. 대신 올바른 차 문화를 배우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있어야지요.”

한학(漢學)으로 성균관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현재 과천에서 서당을 열고 있다. 학생들은 초등학생부터 50대 주부까지 다양하다. 이 중 뜻있는 몇몇이 주축이 돼 ‘박동춘 차 후원회’도 결성했다. 서당 수입과 후원회의 도움으로 전남 승주의 차밭을 가꾸고 차를 만든다. 이번에 제자를 모집하기로 한 것도 후원회의 권유와 도움이 컸다.

“20년 넘게 차를 만들고 나서야 겨우 제다(製茶)에 눈을 뜬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다를 제대로 배운 사람들이 한국 전통차를 널리 보급했으면 합니다. ”

그는 일본 개량종 녹차가 마치 한국의 전통차인양 대접받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02-504-6162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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