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에서 늘 논쟁의 중심에 있던 작가였기에 인터넷상에 소설을 연재한다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았을 듯도 싶었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 굉장히 뜻밖이었다. 내가 인터넷, 네티즌에 대해 걱정하거나 못마땅해 하는 것은 이를 악용하거나 비정상적으로 활용하는 부류에 불만이 있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은 우리시대가 만들어 낸 효율적인 의사소통 및 통신수단이며, 이를 전혀 모르는 척 할 수 없는 것이 현실 아닌가.”
작가는 “인터넷은 지적 예술적 성취를 가장 잘, 넓게 전달하는 수단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 까닭에 이번 소설은 인터넷상의 일부 부박한 문화에 대해 던지는 작가의 도전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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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인터넷 매체를 가볍고 얕은 것으로만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을 수 있고, 그렇지 않아야 한다. 종이책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인터넷상의 텍스트가 경박스럽고 천하게 보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얼마든지 진지하고 성실한 문화, 사유들이 담길 수 있고 소통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
새 소설의 제목 ‘호모 엑세쿠탄스’는 ‘처형자로서의 인간’ ‘집행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라틴어. 인간이 오히려 신의 징벌자이며 가해자일 수 있다는 작가의 설명이다.
이번 작품은 작가가 ‘사람의 아들’에서 성찰했던 ‘존재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현실에서 한 발 비켜 선 듯한 관념적 본질적인 소설”의 행간에 지금 이 땅이 드러난다.
“위대한 신성은 가장 고뇌가 많은 땅에, 갈등의 시대에 태어난다. 그런 맥락에서 지금 여기, 한국적 현실은 권세로 대중을 유혹해 결집시키고 억누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포퓰리즘과 권력, 대인숭배에 대한 결합, 이런 것들을 고답적인 말로 바꾸면 빵과 기적, 권세가 아닐까. 지금의 우리 이야기를 뜨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지난해 3월부터 본보에 연재 중인 ‘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초한지)를 쓰며 마음을 다스렸다는 그는 “나이를 먹으면서 감각적이거나 현상적인 것 말고 본질적이고 관념적인, 내 연륜이나 문학적 이력이 푹 배어든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작가가 처음 연재를 생각했던 작품은 황장엽씨를 다룬 ‘매의 노래’였다.
“그가 소설적임에는 틀림없지만 민감한 인물인데다 내 스스로 감정적인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이고, 문학 외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좀 더 익히기로 했다.”
동아닷컴 소설 사이트에 마련된 ‘30자평’ 코너에는 작가의 새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가 가득하다. “그 언젠가 ‘사람의 아들’을 처음 볼 때의 스멀스멀한 느낌”(korpedoc), “현실과 다른 세상 그곳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tankmoon)
‘호모 엑세쿠탄스’는 매주 1회씩 30주 동안 연재할 계획. 작가는 “모두 원고지 1500장, 많으면 1800장 정도의 분량이 될 것이며, 인터넷의 쌍방향성에 구애받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정작 작가의 인터넷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는 특유의 호방한 웃음과 함께 “전혀 못한다”고 솔직담백하게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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