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진교수 “문자없는 소수민족에 한글 가르칩시다”

  • 입력 2003년 2월 5일 19시 17분


중국 소수 민족 등 문자가 없는 민족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방안을 연구한 논문이 나왔다.

성균관대 전광진 교수(48·중어중문학과)는 최근 중국어학회가 발행하는 ‘중국언어연구’에 ‘중국내 소수 민족의 서사체계 및 새로운 문자 창제’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중국 소수 민족인 ‘로바(珞巴·Lhoba)족’의 언어를 한글로 서사(書寫)하는 방법을 연구 발표했다.

로바족은 인구가 20∼30만명. 대부분 인도 지역에 살고 있고 2000∼3000여명이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고유 언어는 가지고 있으나 문자가 없다. 전교수는 이들에게 ‘한글’이라는 문자를 가르치자고 강조한다. 이미 수백종의 언어를 표기하고 있는 알파벳과 같은 역할을 한글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에서 국제음성기호(IPA)로 조사된 로바족의 언어는 자음 22개, 모음 7개의 음소로 구성됐다. 전교수가 로바족의 언어를 우선 연구 대상으로 택한 것은 이들 언어의 음소가 한글로 표기하기에 적합하다는 점을 발견했기 때문. 그는 이를 한글 자모 22개(자음 15개 모음 7개)로 표현하는 ‘로바어-한글 서사법’을 고안했다.

전교수는 “‘로바어-한글 서사법’의 장점은 한글 자모를 변형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컴퓨터 자판이나 타자기에서도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들어 ‘소가 풀을 먹고 싶어한다’는 뜻의 로바어는 ‘고다: 따삐: 도: 능 다’라고 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는 “한국어 외의 언어를 표현하는데 한글을 이용하면 그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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