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칼럼]<4>마음을 닦으면 大吉은 절로…

  • 입력 2003년 2월 7일 18시 36분


올해엔 설을 지난 이틀 뒤가 24절기의 첫 시작인 입춘이었다. 어린시절 대문이나 벽에 써붙인 ‘立春大吉’의 검정 먹물 글씨에 햇빛이 비치면 새하얀 한지가 유난히 환해 보이고 햇살은 봄볕처럼 다사롭게 느껴졌다.

입춘이 되면 아직 대지는 얼어붙어 있어도 우주엔 이미 봄기운이 돌고 대지에 뿌리박은 식물들은 움틀 준비를 하고 농부들은 논밭을 갈고 농사지을 채비를 한다. 그래서 그 해의 소망을 ‘立春大吉’에 담아 한해의 길운(吉運)을 빌었다.

원불교 대종경 인과품 3장에 ‘식물들은 뿌리를 땅에 박고 살므로 그 씨나 뿌리가 땅속에 심어지면 시절의 인연을 따라 싹이트고 자라나며, 동물들은 하늘에 뿌리를 박고 살므로 마음 한번 가지고 몸한번 행동하고 말 한번 한 것이라도 그 업인(業因)이 허공법계(虛空法界)에 심어져서 제각기 선악의 연(緣)을 따라 지은대로 과보가 나타나나니 어찌 사람을 속이고 하늘을 속이리요’라고 했다.

자신에게 닥칠 길흉화복은 스스로가 이미 예정해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우주의 상도(常道)와 이치(理致)를 따져 장차 자기 자신에게 돌아올 죄복(罪福)을 임의로 할 수 있다. 마음 눈이 밝고 진리적으로 철이 든 사람은 작은 선이라도 힘써 행하고 작은 악이라도 행여 범할까 삼가며 살아간다.

모든 종교는 인간이면 면할 수 없는 길흉화복의 소종래(所從來)에 대해 바른 가르침을 준다. 그것은 곧 자업자득(自業自得)의 원리이다. 그러나 설사 한번의 가르침을 받았다 해도 고통의 원인이 되는 잘못된 습관을 단번에 좋은 습관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그래서 교당과 법당 그리고 교회의 문을 열어놓고 사람들을 교화한다.

진정한 종교인은 바르고 참되게 살기 위해 성현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며 수도에 정진하면서 자기자신을 엄격하게 다스린다. 행동하고 말할 때마다 도(道)에 어긋나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으로 지은 업인(業因)을 청정하기 위해 속깊은 공을 들이는 것이다.

입춘에 즈음하여 만나는 인연마다 상생(相生)으로 관계하고 자신의 덕(德)이 미치도록 록 힘써 조종하면 한해의 소망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원불교 서울 강남교당 교무 박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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