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의 수형 번호 대신 이름을 불러주고 푸른 수의도 입지 않는다.’
첫 민영교도소가 될 기독교교도소가 내년 하반기 개소를 앞두고 일반 교도소와는 완전히 다른 운영 모델을 밝혔다.
기독교교도소를 운영하는 ‘아가페’는 최근 경기 여주시에 6만5000평의 부지를 확보하고 8월 착공에 들어간다. 건축비 300억원은 아가페가 부담하며 운영비는 국고 지원과 종교 단체기부금으로 충당한다. 아가페는 기독교 단체들이 교도소를 운영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아가페측은 형기 2년 이상을 남긴 재소자 중 지원을 받아 500명을 선발한다.
▽대우=수형번호 대신 이름을 부른다. 수의 대신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옷이 지급되고 교도소 외부로 사역을 나갈 때도 수감자 티가 나지 않도록 옷을 입는다. 인터넷 활용과 TV 시청, 신문 구독 및 독서도 허용된다.
▽시설=현재 2명당 평균 1평인 수감 평수도 1명당 1평으로 늘리고 5명이 한방을 쓰도록 한다. 개인 사물함도 지급된다. 기존 교도소처럼 오후 4시면 방문을 닫고 밖으로 나올 수 없게 하는 폐쇄적 운영 대신 교도소를 4개의 관구로 나눠 관구내에선 재소자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화장실 세탁실 휴게실을 따로 이용케 하고 수감방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쇠창살 등 폐쇄적 구조물을 최소화하고 대신 첨단 경비시스템으로 사고를 예방한다.
▽운영=교도관에서 자치(自治) 중심으로 바꾼다. 각 방마다 방장을 두고 관구마다 일정 수의 대의원을 뽑아 스스로 일을 정하고 필요한 것을 교도소측과 협의하도록 한다. ‘아가페’측은 500명이 수감된 일반 교도소에 필요한 직원이 200명이나 자치 방식으로 운영하면 100명만으로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새벽기도회와 저녁식사후 성경 공부 등의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나 기독교 색채가 없는 프로그램도 제공된다. 1000여명의 전문직 자원 봉사자를 확보해 컴퓨터 외국어 교육을 비롯해 심리 상담과 각종 예술 활동도 지원한다. 수감자와 피해자의 화해를 위해 용서의 편지를 보내는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아가페 이상진 행정실장은 “수감자에게 육체적 고통을 준다고 해서 새 사람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되 교화와 갱생 프로그램으로 스스로 죄를 뉘우치도록 해 브라질 아파키 교도소처럼 재범률을 5% 이하로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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