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식(張忠植·71) 단국대 이사장이 최근 자전적 소설인 ‘그래도 강물은 흐른다’ 1 2권(세계사)을 펴냈다. 평북 신의주 근처 용천군을 배경으로 해방을 맞은 16살 소년 김대식이 일본인 수용소에서 만난 관동군 장교 부인 미치코 여사와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나누지만 미치코 부인은 일본으로 송환되고 대식은 가슴아픈 이별을 맞게 된다는 내용이다.
현재 직접 컴퓨터앞에 앉아 모두 6권으로 출간될 이 대하소설의 3권을 집필중인 그는 러브 로망이라는 형식을 빌어 해방직후부터 문민정부까지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사를 풀어가고 있다.
항일독립투사의 막내아들로 중국에서 태어난 대식은 장이사장을 연상시킨다. 장이사장은 해방전 만주에서 독립군의 군자금 조달을 담당했고 해방후 김구 선생을 도왔던 단국대 설립자 장형(張炯·1887∼1964)선생의 아들로 중국 톈진(天津)에서 태어나 용천군에서 소년시절을 보냈다.
미치코 부인의 모델은 그가 해방 직후 일본군 수용소에서 봤던 일본여인이다. 그는 “당시 한국 여인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일본 여인 특유의 아름다움을 느꼈다”며 “지금 나이 칠십이 넘었어도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회고했다.
평소 박경리의 ‘토지’, 조정래의 ‘태백산맥’ 등의 대하소설을 즐겨 읽었다는 장이사장은 ‘독립투사의 후손이 왜 하필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의 사랑을 등장시켰냐’는 질문에 “일본 제국주의와 일본 양민은 다르다”며 “한일 현대사를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장이사장은 소설을 쓰는 어려움에 대해 “무엇보다 개구리를 맥자고로 부르는 등의 소년시절 평안도 사투리를 남북 체육회담이나 적십자회담에서 만나본 북한 인사들도 잘 몰라 복원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장이사장은 회고록이란 형식을 피한 것에 대해서는 “남북체육회담 대표, 적십자가 총재 등을 지냈다고는 하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남모르는 정치적 낙수를 많이 알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회고록을 쓰는 것은 적합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소설속에 ‘일본도 항복직후 분단이 논의됐지만 소련은 공업시설이 없는 일본 북부보다는 한반도 북부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전쟁에는 미국과 소련이 2차세계대전에서 남긴 재래식 무기를 처분하려는 의도가 개입돼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현대식 무기를 얻기 위해 베트남 티우 대통령으로 하여금 미국에게 한국군 파병을 요청토록 했다’는 등 현대사를 보는 독특한 시각을 담아볼 생각이다.
출판기념회는 11일 오후 6시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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