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동아사이언스 사람마다 적절한 수면시간은 다르지만 숙면은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겨울에 심한 수면장애=수면을 조절하는 호르몬은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 호흡과 맥박주기를 늦춰 몸을 ‘수면상태’로 바꾸며 빛이 있으면 분비되지 않다가 빛이 사라지면 분비된다. 따라서 밤이 긴 겨울에는 다른 계절보다 많은 멜라토닌이 분비돼 일찍 졸리게 된다.
이에 따라 겨울잠을 자는 동물처럼 사람의 ‘생체시계’가 겨울에 더 잠을 자도록 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논란도 있다. 현대 의학계에서는 “그렇지는 않다”는 입장이지만 한의학계는 “순리에 맞춰 겨울에는 일찍 자고 해가 뜬 뒤 기온이 오른 시점에 일어나는 게 좋다”고 주장한다.
겨울철 실내활동이 많은 아이들이 수면 장애에 시달릴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산하 수면장애연구소 칼 헌트 소장은 최근 “TV, 인터넷, 휴대전화, e메일 등이 아이들의 수면을 방해하며 이런 아이들은 집중력이 부족하고 화를 잘 내거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겨울철 수면장애는 곧 다가올 환절기에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낮이 길어져 생체 리듬이 바뀌고 감기에 자주 걸리면서 편도선이 붓거나 비염 등이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장애와 치료법=수면장애는 어림잡아 90여종. 이 중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등이 겨울철에 더 잘 발생한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
코골이는 숙면의 가장 큰 적(敵). 깊은 잠에 들다가도 코 고는 소리 때문에 다시 얕은 잠으로 돌아오게 된다. 코를 골다가 ‘컥’한 뒤 10초 정도 숨을 쉬지 않다가 ‘후’하고 숨을 몰아쉬는 현상이 1시간에 5회 이상 나타나면 수면무호흡증이다. 코골이 외에 중추신경계 이상, 기도나 콧속구조 기형 등이 원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신경생물학 로널드 하퍼 박사는 “수면무호흡증에 걸리면 뇌에 산소 공급이 줄어 기억력 감퇴, 운동기능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최근 밝혔다. 국내 의학자들도 고혈압, 중풍, 심근경색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단순한 코골이는 수면습관을 고치면 대부분 치유된다. 그러나 수면무호흡증의 경우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게 좋다. 수면클리닉에서 실제 잠을 자면서 뇌파, 안구운동, 심전도 등을 측정하면 2, 3일 후 결과를 알 수 있다. 비용은 50만∼70만원 선.
결과에 따라 수술과 비수술요법을 선택한다. 비수술요법으로는 마스크요법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코에 밀착되는 마스크를 쓰고 자면 이 마스크가 방안에 있는 공기를 계속 코 안으로 밀어 넣어주는 방식. 120만∼200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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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하려면=먼저 ‘수면규칙’을 만드는 게 좋다.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책을 보거나 기상 후 계속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은 좋지 않다. 잠을 자다 중간에 깼을 때는 밝은 불을 켜지 않아야 하며 기상 후 30분 이내에 빛에 노출되도록 하는 게 좋다. 휴일에도 평일과 같은 기상시간을 유지하도록 하며 낮잠은 피하되 너무 졸릴 경우 15분 이내에서 잠을 잔다.
음식도 가려야 한다. 담배는 금물. 만약 담배를 핀다면 오후 7시 이후에라도 금연하는 게 좋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 홍차, 콜라, 초콜릿 등은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게 좋다. 술을 마시게 되면 자주 잠에서 깨게 되므로 삼가는 게 좋다.
침실은 어둡고 조용하며 공기소통이 잘 되도록 한다. 귀마개나 눈가리개를 사용해도 괜찮다. 침대나 이불은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푹신하지도 않은 것을 선택한다. 베개는 적당한 높이를 유지하도록 하고 푹신한 것은 피한다.
잠자리에 든 후 20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억지로 잠을 청하지 말고 침실에서 나와 가벼운 내용의 책이나 잡지를 읽거나 단순 작업을 반복하면서 잠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도움말=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교수,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정도언교수,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교수,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김성수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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