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책]영화인생 20년 에세이집 낸 배창호감독

  • 입력 2003년 2월 10일 18시 52분


영화 감독 20년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배창호 감독. 김경제기자
영화 감독 20년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배창호 감독. 김경제기자
“감독으로 20년 동안 16편의 작품을 만들면서 유명해지기도 했고, 제작을 겸하면서 깡통을 차 보기도 했다.… (중략) … 말하자면 이제 겨우 삶을 조금 겪었다고 말할 수 있는 나이에 이르렀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이제 겨우 조금 겪었다”니? 겸손인가, 아니면 늦된 자의 고백인가? 중견 영화감독 배창호씨 (50)는 “이제서야 인생의 의미가 보이기 시작하는 그것이 ‘지천명’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20, 30대에는 세상 물정 모르고 돌아다녔는데 50대에 접어드니까 아, 사람이 이런 거구나, 그런 의미들을 새삼 생각하게 돼요. 인생을 정말로 알게 되는 때는 아마 죽기 직전일지도 모르지. 아직 더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가 최근 펴낸 에세이집 ‘창호야 인나, 그만 인나’는 그같은 자각의 산물이다. 82년 ‘꼬방동네 사람들’로 데뷔한 뒤 20년간 영화 제작 현장에 머물면서 느낀 단상과 체험, 살아온 이야기와 왜 영화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담겼다. 제목은 늦잠을 자는 그를 깨우느라 아침마다 그의 아버지가 반복하곤 했던 지청구에서 따온 것.

“예전엔 참 듣기 지겨웠던 소리였는데, 잠들고 안주하려하는 나 스스로를 다잡을 때마다 4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그 ‘잔소리’가 생각이 나요. 다시 일어나라고, 스스로 채찍질하는 심정으로 제목을 붙였습니다.”

10, 20대의 젊은 관객이 주를 이루고 코미디 영화가 휩쓰는 현재의 풍토가 “영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으로 감독이 된 그에겐 힘겨운 토양일 것이다.

“시대를 한탄하지 않습니다. 장 르누아르가 말했듯 ‘영화는 태동기 때부터 기업과 예술의 싸움’이었으니까요. 영화를 예술로 바라보는 시각이 요즘은 줄어들긴 했지만. 그러나 여전히 영화는 가장 강력한 예술 매체이고, 자기를 낳은 감독을 닮는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70년대 장터를 떠돌아다니는 대장장이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독립영화 ‘길’을 준비중이며, 대작 규모의 불교 영화 ‘바라문’도 기획 중이다. 그는 “독립영화와 주류 대중 영화를 자유롭게 오가며 계속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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