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국관에서 푸른 눈의 바이어를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지난해와 비교해 외국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이 크게 줄었다.
실제로 한국관에는 베를린 영화제를 찾은 한국 영화 관계자들만 북적댔다. 한국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한국관이 자기네들의 ‘사랑방’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한 영화인은 이처럼 한국 영화가 외면당하는 이유를 오락 편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작품성을 우위에 두는 유럽 영화 시장에서 코미디 일색의 한국 영화가 환영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가 다양성을 잃었습니다.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한 편도 못 올린 것도 그 때문입니다. 반드시 영화제를 겨냥해 영화를 만들 수는 없으나 지난해 한국영화 중 수준을 인정할 만한 영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곳 견본시장에서 ‘공공의 적’ ‘화산고’ ‘비천무’ 등 일부 영화들은 영국 이탈리아의 수입사와 수출 계약을 했다. 그러나 이 계약도 이전부터 영화사들이 개별적으로 추진해 온 상담이 마무리된 것일 뿐이다.
한국 영화가 국내에서 관객 점유율 50%에 육박하는 것은 유럽이 부러워하는 경이적인 기록이다. 그렇지만 베를린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보면 내수시장에만 급급해 바깥 세상을 보지 못하는 ‘우물안 개구리’식의 제작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
베를린=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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