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다만 제가 이해하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민중적 정서가 다분하여 저로서는 재미있게 생각됐습니다. 어느 세대보다 문학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 책세상에서 출간된 박병로 소설집 ‘님이 오시는가’의 말미에는 작가와 독자 김의숙씨가 ‘세상의 모든 40대들에게’라는 큰 주제 아래 나눈 대담이 실려 있다. 이 ‘만남’을 구성하는 이야기는 초기작부터의 작품 경향, 새로 발표한 작품의 단초, 소설 속 등장인물의 캐릭터 등에 관해 작가와 독자가 주고받은 질문과 답이다.
문학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낼 때 일반적으로 책 뒤편에 수록되는 평론가의 해설 대신 작가 인터뷰, 작가와 독자와의 만남 등 다양한 형식이 시도되고 있다. 해설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책세상’에서 출간되는 ‘작가’ 시리즈와 ‘세계문학’ 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예.
‘작가’ 시리즈는 독자와 작가가 나누는 대담 형식의 글을 ‘서문’이나 ‘해설’ 대신 싣고 있다. 박병로의 소설집도 이 시리즈 중의 하나. 지금까지 나온 최인석 하창수 신장현 신승철 엄창석 등도 독자와 ‘만남’을 가졌고 그 기록을 책 뒤편에 담았다.
‘책세상’ 편집부의 문선휘씨는 “상찬 일색인 ‘주례사 비평’이라든가 평론가들의 전문가적인 안목을 통해 작품을 평하는 이전의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며 “문학은 독자들이 읽고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작품에 대해 직접 얘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권위를 바탕으로 한 해설보다 솔직담백한 독자의 어법으로 해석한 작가의 문학세계가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또 작가와 독자가 함께 묻고 답하는 방식이 친밀감 있게 다가온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 출판사측의 설명이다.
‘세계문학’ 시리즈는 통상적인 ‘해설’의 자리에 생존작가의 경우 역자와 인터뷰를, 작고한 작가의 경우는 가상 인터뷰를 두었다. 일본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파도소리’에는 1970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시마의 전기를 참조, 옮긴이가 가상으로 구성한 인터뷰를 수록했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이상운의 ‘누가 그녀를 보았는가’(깊은강)도 출판사 편집부와 작가의 문답으로 구성된 ‘작가와의 대화’를 작품 뒤에 실었다.
▽깊은강=먼저 이런 대화의 자리를 갖게 되어 기쁘다. 흔히 비평가의 해설이 이 자리를 차지하는데….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상운=글쎄, 해설이 꼭 필요한 책도 있겠지. 특별한 의도하에 기획된 책이라면…. 대표작 선집이라든지, 특정 테마의 시리즈에 속한 작품이라든지…. 현실적인 ‘관례’라는 것도 있긴 하지만….
▽깊은강=그래서?
▽이상운=그래서? 이 책은 그런 경우가 아니니까 굳이 해설이 없어도 되겠다는 소리지. ‘주례사’ 비평이든 ‘저주’ 비평이든…. 또 관례라는 건 따르면 대체로 이익이지만 재미는 별로 없는 것이지.
작가 이상운씨는 “신작소설에는 해설이 없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적 전략과 결부된 해설을 싣는 것이 개인적으로 탐탁지 않아 시도해 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품의 해석과 이해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학평론가 이광호 교수(서울예술대)는 “평론가들이 지나치게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독자의 눈높이에 더 가까운 사람이 비평적이지 않은 언어로 작가들과 소통한다는 면에서 작가와 독자의 만남을 도와주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며 “의미의 풍요로움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여러 방식의 시도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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