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은 벌써 봄이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생기발랄한 시도들을 선보인 전시들이 있는가 하면 화려한 색채로 봄기운을 불러일으키는 전시도 있다. 먼저 우리나라 현대 서예 운동을 이끌어 오고 있는 서예가 황석봉전과 새를 통해 회화미를 추구해 온 한국화가 왕형열전은 흑백의 먹을 현대화하려는 작가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전시들이다.》
▼황석봉 개인전/또다른 일탈 '氣아트'
시몽(是夢) 황석봉씨의 10번째 개인전 제목은 ‘불립문자(不立文字)’. 서예라고는 하지만 추상회화에 가까운 그의 작품들은 종이 대신 캔버스와 나무상자를 써서 더 파격적이다. 1991년 한국현대서예협회를 창립, 한문 문장을 짧게 만들고 서예작품에 색채를 도입하는 등 서예의 예술화 대중화 세계화를 시도해 온 전위작가. 이번 전시는 보는 그림이 아니라 작가의 파동을 느낀다는 의미로 ‘기(氣)아트’라는 이름을 붙여 그의 또 다른 일탈을 보여준다. 27일까지 학고재. 02-720-1524
▼왕형열 개인전/새는 곧 사람이다 ▼
새를 현대인으로 의인화하는 독특한 작업을 펼쳐 온 왕형열씨는 이번에 14번째 개인전을 연다. 새의 비상을 통해 현대인의 자유에 대한 희망을 읽는다는 그는 특히 반려자를 잃으면 생의 에너지를 잃고마는 기러기를 통해 변덕 심한 인간에게 필요한 지조와 사랑을 배운다고 했다. 이번 출품작은 ‘부부’ ‘가족’ ‘바람 부는 날’ ‘샐러리맨의 하루’ ‘세상에 대한 관조’ 등의 제목을 달아 기도와 동행, 사색의 세계로 이끈다. 19∼28일. 02-2055-1192
▼노정란 전시회/강렬한 色, 샘솟는 힘 ▼
20여년 넘게 색채화를 추구해 온 노정란씨의 전시에서는 색채를 통해 자기세계를 고집하는 작가의 열정과 힘을 엿볼 수 있다. 원초적이면서도 인간의 순수한 욕망을 화려한 색상으로 그려낸 ‘색놀이’시리즈 연작들에선 만물이 소생하는 봄기운이 완연히 느껴진다. 전통가옥의 이미지에서 빌려 온 듯한 한국적 형태에 투영된 순수하고 강렬한 색들에서 작가의 자유로움에 대한 탐구를 엿볼 수 있다. 18∼28일 박영덕화랑. 02-544-8481
▼임응식회고전/렌즈에 비친 한국인 ▼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은 한국 현대 사진의 대부 임응식 회고전이 볼 만하다. 1953년 서울 명동에서 실직자를 찍은 그의 사진 ‘구직’은 외환위기 이후 신문에 단골로 등장했다. 2001년 1월 89세의 나이로 타계한 작가는 현장 제일주의를 바탕으로 평생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당시 살롱사진에 젖어 있던 젊은 사진작가들에게는 ‘생활주의 리얼리즘’으로 현대사진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3월 말까지 국립현대미술관. 02-2188-6000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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