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메이크업]풀빛, 그녀 얼굴 차지하다

  • 입력 2003년 2월 13일 17시 50분


엘리자베스 아덴
엘리자베스 아덴
봄 화장의 ‘주인공’은 항상 분홍이었다. 눈매도 입술도 뺨도 첫날밤의 새색시처럼 수줍은 듯 홍조를 띠도록 컨셉트를 통일하는 것이 봄 화장의 대명사처럼 꼽혀왔다.

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핑크가 그린에 자리를 내주었다.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 대다수가 ‘초록색 눈매’에 승부수를 던졌다.

태평양 ‘라네즈’의 ‘오렌지 메신저’, LG생활건강 ‘라끄베르’의 ‘피치 팝’, 엘리자베스 아덴의 ‘캐리비안’, 한국화장품 ‘칼리’의 ‘스프라우팅 오렌지’, 클리오의 ‘가든 오브 해피니스’, 헬레나루빈스타인의 ‘센세이션’, 에스티로더의 ‘퓨어 에덴’ 등은 모두 초록색 눈매를 오렌지색 또는 핑크색 립글로스와 결합하는 봄 메이크업 컨셉트를 선보였다.

2월 초 봄 신상품들이 출시된 후 벌써 거리에서도 펄이 들어가 반짝이는 초록색 눈매를 맵시있게 연출한 ‘얼리 어댑터’들이 종종 눈에 띈다.

브랜드별 주력 색상이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형 화장품 업체들이 참가하는 화장품 박람회를 통해 유행색은 물론 신기능 물질, 화장품 패키지까지 트렌드가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색조전문 브랜드 ‘클리오’의 정경환 이사는 매년 3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화장품 박람회 ‘코스모프로프’에 참석한다. 1년 후 화장품 트렌드까지 보여주는 이 박람회에는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들은 물론 중소규모 브랜드 제품을 제작해 주는 대형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업체들이 참가한다.

태평양 라네즈/ 에스티로더 / 헬레나루빈스타인/ 클리오

정 이사는 “지난해 3월 열린 코스모프로프에서의 화두는 자연주의였다. 색조 화장에서도 ‘아로마’ ‘스파’ ‘바닷물에서 뽑아낸 듯 한 색상’ ‘숲과 바다’ 등 초록색의 이미지가 주류를 이루었다”고 전했다.

패션 트렌드도 색조 화장 트렌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LG생활건강 ‘라끄베르’의 색상개발담당 정지영 대리(29)는 “인터패션플래닝, 삼성디자인넷 등 패션 정보사에서 제공하는 뷰티 트렌드 정보자료와 4대 컬렉션에서 나타난 패션 주조색을 바탕으로 하고 원단전시 박람회인 프랑스의 프리미에비종 등에도 다녀온다”고 말했다. 트렌드 연구 끝에 이 브랜드가 선택한 봄 색상도 역시 그린.

“2003년 봄, 여름 패션 트렌드를 ‘활력’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여성스럽지만 스포티한 요소가 가미된 올 봄 의상 트렌드에는 핑크보다 그린이 더 적합했습니다. 패션 정보사에서도 아이섀도색으로 레몬색과 그린색을, 립스틱 색상으로 오렌지색을 추천했습니다.”

초록색 눈매를 연출할 때는 ‘과욕’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조언. 에스티로더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오대식 팀장은 “초록색은 시각적 효과가 강렬하므로 눈두덩 전체에 바르는 것보다 다른 색상과 섞어 포인트 컬러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연주의’에 통일되게 피부 표현은 최대한 투명하게 하는 것이 세련돼 보인다. 자신의 피부색을 최대한 살리면서 잡티를 가리는 데 집착하지 않는다.

한국화장품 이은정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파운데이션을 아주 조금씩만 사용하는 대신 핑크, 오렌지 색상의 볼터치를 강조하면 화사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나이대별 초록 메이크업▼

(왼쪽부터)20대,30대,40대 메이크업

《실험정신이 강한 20대 초반이나 웬만큼 화장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선뜻 초록색 아이섀도를 집어 들기가 쉽지 않다. 에스티로더의 오대식 메이크업 아티스트 팀장이 한국 여성 얼굴형에 나이대별로 어울리는 초록 메이크업을 시연해 주었다.》 (모델:김민주 김혜민 이수진·사진〓신석교기자tjrry@donga.com)

●20대:분홍-흰색 섀도 활용…따뜻하고 귀엽게

이지적인 느낌의 초록색 아이섀도에 분홍색 아이섀도를 함께 사용하면 눈매가 한결 따뜻하고 귀여워 보인다. 진달래 꽃잎과 초록색 잎사귀의 조합을 연상해보자. 하지만 채도가 높은 진분홍색이 초록색과 어우러지면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 이때 완충제로 약간의 펄이 들어간 흰색 섀도를 활용한다. 분홍색, 흰색 아이섀도를 섞어 파스텔톤의 ‘인디언 핑크색’을 만든 뒤 눈썹뼈와 쌍꺼풀 부위 사이에 얇게 펴 바른다. 눈동자 위 쌍꺼풀 부위에는 초록색 섀도를 바른다. 눈썹뼈 바로 아래 부분에는 화이트 펄 섀도를 발라 눈매가 전체적으로 시원해 보이도록 한다. 초록색톤의 눈화장은 수채화보다는 유화적인 붓 테크닉을 필요로 한다. 갈색톤 화장을 할 때처럼 여러 색상을 겹쳐 그라데이션하면 색상이 탁하고 지저분해보이므로 각기 다른 색상이 섞이지 않도록 칠한다. 립글로스는 진하지 않은 핑크색으로 마무리한다.

●30대:금색톤 섀도 사용…화려한 분위기 연출

30대는 색조 화장이 생명이다. 여드름이나 처녀적 뾰루지가 사라지고 반대로 노화 정도도 깊지 않아 전체적으로 피부결이 안정돼 있는 만큼 같은 정도의 색조 화장으로 가장 화려한 이미지를 낼 수 있는 나이대다. 화려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금색톤의 아이섀도를 택한다. 골드톤의 아이섀도는 약간의 펄이 들어있는 황토색 계열이면 무난하다. 먼저 흰색이 많이 섞인 민트색 아이섀도를 눈썹 머리와 눈 머리 사이에 얇게 펴바른다. 골드톤 섀도를 민트색 섀도 바로 옆, 아이홀 가운데 부분에 동그랗게 펴바른다. 연두색 섀도를 쌍꺼풀 부분(눈머리∼눈 꼬리 직전까지)에 살짝 칠한 뒤 눈 꼬리부위에 진한 초록색 섀도를 발라 포인트를 준다. 눈썹 뼈 바로 아랫부분에 흰색 펄 섀도를 바른다. 역시 핑크색 립스틱으로 마무리한다.

●40대:오렌지색 섀도 사용…차분하게 고상하게

안정되고 건강해 보이는 메이크업을 테마로 삼아 오렌지색 섀도와 초록색 섀도를 함께 사용한다. 핑크톤 화장에 비해 차분하고 고상한 이미지를 낼 수 있다. 볼터치나 립스틱도 핑크톤이 아닌 오렌지톤이 들어있는 제품으로 선택한다. 흰색이 많이 섞인 살색 섀도를 눈썹 아랫부분에 눈썹 길이만큼 길게 펴바른 뒤 바로 아래 황토색 섀도를 발라 그라데이션한다. 그 아래 옅은 오렌지색 섀도를 노을처럼 옆으로 길게 번지게 펴바른다. 쌍꺼풀 부위에만 초록색 섀도를 발라 마무리한다. 간과하기 쉽지만 볼터치는 중년여성들에게 필수적이다. 긴 얼굴형에는 귀에서 코 방향으로 수평적으로 칠한다. 둥근 얼굴형에는 귀에서 인중 방향으로 터치한다. 계란형 얼굴은 귀에서 입쪽으로 아래로 비스듬히 칠한다. 볼터치는 서너번 반복해 칠해 확실하게 효과를 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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