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거 예쁘다. 얼마예요.” 20대 중반의 한 여성이 팬티를 가리키며 물었다. 직원이 웃으며 던진 한 마디. “그거 남자 팬티인데요.”
남자 팬티가 화려해지고 있다. 빨간색 오렌지색 팬티, 리본 매듭이 달린 팬티, 까만 천에 빨간 반짝이 장식이 점점이 박힌 팬티…. 직원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남성용인지 여성용인지 알기 힘든 형형색색의 팬티가 남성 속옷 매장을 장식하고 있다. 판매원들은 남성 팬티의 최근 트렌드를 “섹시”라는 한 마디로 표현했다.
흰색이 주종이던 남성용 속옷 시장에 패션 내의가 파고들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 비비안의 박종현 차장은 “이제는 남성 팬티가 여성 팬티의 화려함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드로어즈(drawers)의 급부상
지난해부터 인기 몰이를 시작한 드로어즈가 올해는 남성 팬티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잡을 전망이다. 드로어즈는 삼각팬티와 트렁크의 중간 스타일. 일명 ‘쫄사각’ 팬티로도 불리는 드로어즈는 스판덱스 소재를 사용해 몸에 밀착되는 착용감이 좋다는 것이 강점이다.
삼각팬티와 사각팬티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만 살린 것이 특징. 삼각팬티를 입을 때 사타구니가 죄는 느낌을 싫어하고, 트렁크를 입으면 끝부분이 말려 답답해지는 착용감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아랫배와 엉덩이 부위를 조여주고 올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남성용 거들로서도 한몫한다.
임프레션 강은경 디자인팀장은 “여자들이 바지 바깥으로 팬티선이 드러나는 게 싫어 T자 팬티를 입는 것과 같은 이유로 남자들이 겉옷의 실루엣을 망치지 않기 위해 드로어즈를 찾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휠라인티모 매장의 직원은 “안 입은 것 같은 느낌이 좋다며 드로어즈만 선택하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드로어즈의 인기 몰이는 세계적 추세.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란제리쇼에서도 올해 남성 팬티 패션의 가장 큰 특징으로 ‘드로어즈의 강세’가 꼽혔다.
● 색상은 화려, 스타일은 대담
몇 년 전까지는 유색(有色)의 패션 팬티라고 해도 카키색이나 파란색, 회색 정도에 그쳤다. 이제는 빨간색 자주색 금색 노란색 갈색 등 쓰지 않는 색상이 없을 정도. 특히 젊을수록 빨간색 계열을 선호한다.
파스텔톤 제품도 늘고 있다. 특히 여성들도 즐겨 입는 트렁크의 경우 커플이 함께 입기에 무난한 파스텔톤 색상이 주류를 이룬다.
가장 인기 있는 디자인은 동물 무늬를 응용해 강렬한 느낌이 나는 제품. 임프레션, 제임스딘, 비비안 등 브랜드마다 뱀, 호랑이, 표범이 연상되는 제품을 빠짐 없이 갖추고 있다. 동물 무늬 제품은 연령대에 상관 없이 인기 있는 제품.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진(jean) 모양의 팬티도 올해 꾸준히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웨이드나 가죽 느낌이 나는 제품도 등장했다.
커플 제품으로 나와 있는 트렁크는 만화 주인공, 동물 등 귀여운 캐릭터를 그려 넣은 제품이 많다. 과감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주요 부위’를 제외한 옆면 뒷면을 망사로 처리한 부분 시스루의 망사 팬티를 찾기도 한다.
소재에 있어서도 면 100%여야 한다는 고정 관념은 사라진 지 오래. 삼각과 드로어즈에는 수축력과 착용감이 좋은 스판덱스 소재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피트니스클럽을 정기적으로 찾거나 달리기를 하는 등 스포츠 인구가 늘어난 것이 소재 변화의 한 이유. 단 피부에 닿는 안감은 면소재로 처리됐다.
트렁크의 경우 몸에 밀착되지 않아 피부와 팬티 안쪽 면이 스치기 때문에 레이온과 면을 섞은 혼방이나 텐셀 등 부드러운 소재를 주로 사용한다. 휠라인티모는 최근 벨벳을 사용한 제품을 내놓았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같은 특별한 날을 겨냥해 커플용으로 내놓은 아이디어 제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앞부분에 입술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 자석이 있어 남녀가 마주하면 입술 그림이 맞닿는 ‘자석 팬티’, 여성용에는 거미, 남성용에는 전갈이 그려진 ‘스파이더맨 팬티’ 등이 눈길을 끈다.
글〓금동근기자 gold@donga.com
사진〓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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