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의 주치의인 김진우 교수는 “체력 등 여러 조건이 좋지 않아 필수적인 검사를 못하고 있다.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을 아꼈으며 담당 간호사는 “연세가 있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간병을 맡은 맏며느리 김용정씨는 “사람은 알아보는데 말씀을 잘 못하신다”며 “호스를 7개나 끼고 계시기 때문에 외부인의 면회는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최근 선보인 서간집 ‘편운재에서의 편지’(문학수첩) 세 번째 권에서 만년의 삶을 의식한 듯 절필을 선언해 문단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85세까지는 살겠지, 하던 예상이 빗나가는 것 같습니다. 올 여름을 어떻게 지내며, 또 그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그저 근심 걱정뿐입니다. … 지금 나는 이렇게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 절필! 이렇게 소리 없이 올 줄이야.’(제119신)
1998년 7월30일부터 2002년 7월15일까지 쓴 편지를 모은 이번 서간집의 서문에 그는 ‘이젠 더 계속할 힘이 없어서 제120신으로, 이번 편운재에서의 편지를 마감합니다’라고 썼다. 그는 마지막 신에 자신의 고요하고 쓸쓸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콘크리트 같은 적막 속을/고독이 전율처럼 지나갑니다./무료한 시간이 무섭게 흘러갑니다./시간의 적막 속에서/속수무책, 온몸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경기 안성 출신인 조씨는 1949년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을 펴낸 뒤 지금까지 모두 51권의 책을 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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