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의 큼지막한 양은 도시락은 반찬 칸에 비해 밥 담는 칸이 훨씬 더 컸다. 어머니들은 도시락에 밥을 꾹꾹 눌러 담고 짭짤한 짠지를 곁들였다. 손바닥만 한 요즘 도시락은 안에 들어가는 밥과 반찬의 양이 엇비슷하다.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밥을 남기더라도 반찬은 많이 먹어야 살도 덜 찌고 영양도 고루 섭취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과연 반찬 중심의 도시락이 밥 위주의 도시락보다 건강에 좋은 것일까.
1995년 일본에서 출간된 뒤 지금까지 100만부 이상 판매됐다는 ‘초라한 밥상’의 저자인 영양학자 마쿠우치 히데오의 대답은 No. 그는 밥 중심의 식사가 가장 효율이 좋은 식사라고 주장한다.
우리의 몸을 석탄 난로에 비교했을 때 연료로는 석탄(쌀)이 가장 좋다는 것. 석탄 난로에 석유(고기)나 가스(빵)를 넣었을 때 연소가 안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 그러면서 이제 ‘부식을 많이 먹고 밥은 적게’라는 현대의 식생활 대신 ‘부식은 적게, 밥을 많이’ 먹는 예전의 식생활로 돌아가자고 권한다.
지금 일본에서 지침으로 삼아 실천해 온 영양학은 전통적 풍토에서 뿌리내린 것이 아니다. 밀을 생산해 온 서구의 식사를 쌀농사에 적합한 땅에서 자란 사람들이 억지 흉내를 내온 격이라는 것.
그래서 생긴 현대인의 식생활 문제는 세 가지. 쌀을 먹지 않는다, 식생활이 서구화돼 있다, 영양소에 과잉 집착하고 있다. 해결책으로 그는 밥과 된장국, 제철에 나는 채소 등 소찬이야말로 성인병과 아토피, 비만 등 문명병을 치유하는 유일한 대책이라고 역설한다. 풍성한 식탁보다 조촐하고 소박한 밥상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것.
이 책은 한국인의 체질과 음식이 비슷한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건강 식사법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싱겁게 먹는 것이 건강 비결인가’ 등 잘못된 상식이라고 의문을 제기한 일부 대목은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다.
다행히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먹는 것은 개인의 기호나 환경, 체질을 크게 반영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것만은 절대적이다’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효과를 볼 수 있는 식사법과 건강법이란 없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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