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준7단의 결정적 장면]7회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전

  • 입력 2003년 2월 14일 18시 42분


《이변은 없었다. 7회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전에서 이창호 9단과 이세돌 3단이 처음 세계대회 4강에 진출한 원성진 4단과 조한승 5단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이의 결승 대결은 5회 대회에 이어 두 번째다. 입단 동기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조 5단과 이 3단의 대결을 조명한다.》

기자=조 5단으로선 중요한 한판이었지요.

김승준 7단=조 5단이 이기면 결승 진출과 아울러 병역면제의 혜택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갔을 겁니다.

기자=조 5단과 이세돌 3단은 동년배 ‘라이벌’이라고 볼 수 있죠.

김 7단=입단 동기인 데다 생일도 3개월밖에 차이가 안 납니다. 역대전적은 이 3단이 7승3패로 우세하지만 결정적 대국에서는 조 5단에게 발목을 잡혔습니다. 조 5단이 침착하고 두텁다면 이 3단은 전투적이고 실리파로 극과 극입니다.

기자=중앙 흑대마의 타개에 승부가 걸려있는데요.

김 7단=흑 상변과 우하귀의 실리가 좋아 중앙만 수습하면 흑의 승리가 확정적입니다. 하지만 흑이 좀 위태로워 보입니다. 검토실에선 역전 분위기라며 말하는 기사들이 많았어요.

기자=이 부분에서 이 3단 특유의 전광석화 같은 수읽기와 배짱이 빛을 발했습니다.

김 7단=흑 1, 3의 수순은 두고 나면 쉬운데 실전에선 발견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 뒤의 변화가 복잡하고 너무 강렬한 수법이어서 결행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죠. 조 5단은 4로 끊으면서 흑이 걸려들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흑이 ‘가’로 잡으면 백 ‘나’를 선수해 백 5점의 활로를 만들어 두고 중앙을 ‘다’로 단수 쳐 잡으면 백의 실리가 큽니다.

기자=일반적이라면 백 4에 대해 무심코 ‘가’로 잡을 텐데요.

김 7단=그렇죠. 그러나 4에 대해 응수하는 순간 흑은 ‘타이밍’을 놓칩니다. 바둑은 ‘타이밍’ 싸움이죠. 요즘 젊은 프로기사들은 수읽기에서 상대에게 밀리는 법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그 수순을 언제 어떤 상황에서 두느냐. 아무리 좋은 수순이라도 한 타이밍만 늦어지면 악수로 돌변합니다. 타이밍을 얼마나 잘 찾느냐는 것이 흔히 말하는 ‘기재(棋才)’입니다.

기자=백 4가 상대의 타이밍을 뺏기 위한 수였는데 이 3단이 거꾸로 흑 5를 둬 하중앙 백말을 공격하며 자신의 말을 수습할 수 있는 타이밍을 살려냈군요.

김 7단=바둑의 어려움이 거기 있습니다. 바둑의 수법은 어찌 보면 끊고 젖히고 늘고 단수치는 것 등 몇 개 안 됩니다. 한데 그것을 언제 사용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합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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