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1시경 서울 중랑구 망우동 성당의 지하로 내려가자 10평 남짓한 기도실에 모인 100여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저마다 묵주를 들고 낮지만 간절한 목소리로 성모송을 읊고 있었다.
이날 모임은 ‘성모송 2000번 바치기 기도회’.
2001년 8월 서울 양천구 신정동 본당에서 시작된 성모송 2000번 바치기 모임은 망우동, 신내동, 월계동 성당 등 인근 성당으로 퍼졌다. 보통 한 달에 한두 번씩 열리는 기도회에 참여하기 위해 인천 일산 안산 등지에서 찾아온 신자들도 적지 않다.
이복순씨(58·세례명 마리아 막달레나)는 “개인별로 하면 엄두가 나지 않지만 이렇게 같이 하면 하루 종일 해도 피곤한 줄 모른다”며 “개인적 기원 대신 이웃과 사회 국가를 위한 기원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성모송 100번이 바쳐질 때마다 예수상과 성모상 앞 제단에 촛불을 하나씩 켠다. 이씨는 특별한 기원이 있는 사람들에게 촛불을 켤 기회를 준다고 귀띔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1시간40분 동안 버스를 타고 왔다는 김숙자씨(61·까리타스)는 “하루 종일 기도를 하고 나면 가슴에 기쁨이 가득 차고 모든 것에 관대해지는 느낌이 든다”며 “꼭 무엇을 바란다는 생각보다 기도 자체가 즐겁다”고 말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기도회는 촛불 20개가 모두 켜진 오후 5시경 끝났다. 참가자들은 서로 수고했다는 인사와 함께 환한 얼굴로 성당 밖으로 나섰다.
이날 기도회의 청일점이었던 김모씨(78)는 “기도 한 번 할 때마다 마음을 하나씩 담아 기도한다”며 “1인당 2000번이지만 100여명이 모이니까 20만번 기도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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