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들이 중심이 된 극단 ‘휠(Wheel)’이 19일부터 나흘간 서울 종로구 평창동 종로구민회관에서 ‘생일파티’라는 작품을 공연한다. 지체장애인들이 모여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1년 11월 인터넷을 통해 모인 극단 ‘휠’은 현재 장애인 14명과 비장애인 6명으로 구성돼 있다. 극단 이름은 휠체어 바퀴를 뜻하는 ‘휠’에서 땄다.
극단대표인 송정아(宋定我·31)씨는 “몸이 불편해 바깥바람 한번 쐬는 것도 큰맘 먹어야 하는 장애인들이 가장 갈증을 느끼는 대목이 바로 문화생활이다. 그걸 우리 스스로 해결해보자는 것이 모임의 취지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취지가 결실을 보기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해 9월 자신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문 밖 세상을 향해’라는 워크숍 공연을 벌여 호평을 받았지만 정식으로 공연을 나서는 데는 여러모로 무리가 따랐다.
활동 기간이 짧아 정식 등록법인 인가를 얻지 못해 장애인 혜택도 받지 못했다. 게다가 다른 공연들처럼 대학로에서 첫 공연을 갖고 싶었지만 장애인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이것도 무산됐다.
다행히 제대로 된 장애인시설을 갖춘 종로구민회관을 빌렸지만 운영비는 여전히 난제다. 모일 때마다 단원 1명당 1000원씩의 회비를 걷지만 식대를 대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
이번 공연의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윤정환씨(31·전 ‘난타’ 연출자)가 다행히 조명이나 분장 등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극단 대표 송씨는 “처음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여 있어 서먹서먹했지만 이번 공연은 지체장애인만의 공연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 단원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는 자긍심을 바탕으로 무대에 올린 ‘정통연극’”이라고 강조했다.
연극 ‘생일파티’는 혼자 생활하던 지체장애인의 집에 한 여자 도둑이 침입하면서 장애인 스스로 자신의 시각을 바깥으로 넓혀간다는 내용을 가벼운 터치의 코미디로 풀어간 작품이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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