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옹알이’라면 ‘옹알’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냐?”
“뭐라고?”(놀란 아내)
나는 의학교과서에 쓰여 있던 ‘옹알이’라는 소리가 솔직히 이런 것인 줄 몰랐던 것이다.
이렇게 말문이 트인 승민이는 날이 갈수록 점점 목소리도 커지고, 기분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냈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승민이가 갑자기 “으으” 하며 쉰 목소리에 가까운 ‘괴물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옹알이뿐만 아니라, 하품을 하거나 떼를 쓸 때도 마찬가지 소리를 냈다. 아기 특유의 귀여운 목소리만 듣던 우리는 적잖게 당황했다. 혹시 승민이가 너무 울어서 목이 쉰 것이 아닐까? 가래가 생겼거나 코가 막혀 답답해서 그런가? 별별 생각을 다했다.
며칠이 지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승민이는 더 이상 이상한 소리를 내지 않았다. 대신 음폭이 저음과 고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훨씬 더 넓어졌다. 아무래도 음감을 익히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던 것 같다.
요즘 승민이는 움직이는 사물만 보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안달이다. 모빌이나 TV 화면을 보면서 대화하듯 옹알이하는 모습은 우습기까지 하다. 그러나 승민이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상은 역시 엄마, 아빠다.
부모는 아기가 말한 음절을 올바르게 반복해줘서 다시 아기가 따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옹알이는 다양한 발음을 내기 위한 발성기관의 기초 연습이기 때문이다. 또 부모는 아기가 옹알이를 할 때 같이 따라서 웃어주거나 칭찬을 해주는 것이 좋다. 발성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 자신감을 주기 때문이다.
승민이는 6∼8개월이 되면 크게 소리도 지르면서 옹알이를 많이 할 것이고 ‘마’, ‘바’와 같은 자음 소리를 낼 줄도 알게 될 것이다.
우리 부부는 내기를 했다. 생후 10개월쯤 승민이가 엄마 아빠 중 누구를 먼저 부르게 될 것인지….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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