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245…입춘대길(6)

  • 입력 2003년 2월 17일 18시 24분


뼈하고 재는 강에 뿌려 달라고 유언을 남겼습니다.

나는 아무 말 않고, 우철이가 그 사람의 복사뼈, 발등, 발바닥, 발가락을 닦아 습을 끝내고 바지, 적삼, 저고리, 수의를 입히고 버선을 신기고, 두루마기와 도포를 덧입히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화장이라니, 턱도 없다, 두 번 죽는 셈 아이가, 성묘도 할 수 없고….

아버지의 유언입니다.

유언이고 뭐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기다. 한 집안의 주인을 화장을 치르다니, 말도 안 된다.

아버지하고 약속했습니다.

내이동에 있는 화장터에서 그 사람이 불에 타고 있는 동안, 나는 계속 생각했다. 일본 사람이거나, 콜레라나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에 걸려 죽었거나, 무덤을 쓸 돈이 없는 사람이나 화장을 치르는데, 왜 그 사람은 화장을 해서 강에 뿌려 달라고 했을까? 누구하고 약속을 했는가? 그 여자하고? 하지만 그 약속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같이 자살이라도 해서, 둘이 같이 화장을 해서 강에 뿌려 달라고나 했으면 몰라도…. 아버지가 눈을 똑바로 뜨고 그렇게 부탁했다고 하니 열이 나고 너무 아파서 정신없이 한 소리는 아닐 테고, 보소, 대체 와예? 이전부터 그래 생각하고 있었습니까? 그렇다면 와 내한테는 한 마디 의논도 안 했습니까?

하얀 장갑을 낀 우철이 뼈를 주워, 아이고, 그 사람의 뼈를 돌절구에 넣고 공이로 빻았다. 쿵쿵쿵 쿵쿵쿵, 가루가 된 그 사람은 풀풀 날리면서 무명 천이 깔린 나무상자에 옮겨졌다. 우철은 하얀 보자기로 상자를 싸 가슴에 안았다.

낚싯배에는 상주만 타는 것이라고 하는데,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싶어 우철이와 함께 탔다. 우철은 굴건을 쓰고 허리춤에 새끼줄을 동이고 왼 소매를 꿰지 않은 상복을 입었는데, 뱃사공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 갈색 바지저고리 차림인 것이 이상했다.

사공이 삿대로 강바닥을 밀어 배가 강가를 떠나자 선비인 정경홍(鄭敬洪)이 “이승 삶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대궐 같은 집으로 옮겨 살자 하니, 어린 자식 아내에게 맡기고, 나는 극락세계로 가련다” 하고 상여 소리를 선창하자, 강가에 모인 동네 사람들이 에헤에헤요 얼여차차, 에헤요, 하고 입을 모아 소리를 띄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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