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이사장은 제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했고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순이 삼촌’ 등 그의 대부분 작품들은 제주 4·3문제를 다룬 점이 특징. 그가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민족문학작가회의는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 등 현실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해 왔다.
민예총 출신의 문화관광부 산하기관 진출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9년 개방형 임용직인 국립중앙극장장에 선임된 김명곤씨가 작년 말 연임이 결정됐을 때부터 그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에 문예진흥원장까지 현 이사장이 맡게 됨으로써 문화 예술계에서는 이를 민예총 인사의 ‘문화 예술계 접수’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문예진흥기금을 나눠주는 문예진흥원장에는 주로 예총 회원 단체 출신의 원로가 임명돼 왔다. 최근 3대에 걸친 문예진흥원장 중 김정옥 전 원장은 예총 회원 단체인 한국연극협회, 차범석 전 원장은 예총 부회장, 문덕수 전 원장은 예총 회원 단체인 한국시인협회 출신이다.
예총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에서는 예총과 민예총이 적절히 안배됐는데 노무현 차기 정부에서는 완전히 민예총으로 실권이 넘어가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우려했다.
민예총의 약진은 이미 예상됐던 바다. 노 차기대통령측과 교감이 많은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강내희 중앙대 교수는 지난달 16일 차기 정부의 문화정책과 관련한 세미나에서 “새 정부에서는 예총 같은 기득권을 누린 단체들은 발을 못 붙이게 하고, 민예총 같은 진보개혁 세력이 대거 전진 배치돼 개혁(?)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 문화계 인사는 노 당선자의 후보시절 문화특보를 지낸 이기택 전 민예총 사무총장이 거의 유일하다. 인수위 문화분야 자문위원들도 정남준 현 민예총 사무총장 등 민예총 성향의 인물로 대부분 구성됐다. 노 차기대통령의 문화 공약 자체가 민예총의 입장을 많이 반영한 것이다.
앞으로 대세를 결정지을 것은 문화관광부 장관의 인선이다. 한때 이철 전 의원 등 정치인이 거론됐으나 지금은 노 차기대통령의 공약대로 문화예술계 인사가 주로 거명되고 있다. 문화부 산하 기관으로 1일 임기가 만료된 방송광고공사 사장과 다음달 19일로 임기가 끝나는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인선도 차기 정부의 문화정책 향방과 관련해 관심을 끌고 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