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세상/이달의 O.S.T]'8마일'…역동적 힙합 랩

  • 입력 2003년 2월 18일 17시 22분


백인 힙합스타 에미넴이 주연한 영화 ‘8마일’.동아일보 자료사진
백인 힙합스타 에미넴이 주연한 영화 ‘8마일’.
동아일보 자료사진
‘LA 컨피덴셜’을 만들었던 커티스 핸슨 감독의 신작 ‘8마일’은 한 마디로 힙합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에미넴은 최근 미국의 힙합계에서 대중적 영향력이 가장 큰 백인 힙합 스타이다. 에미넴의 힙합은 백인들에게는 랩에 새로운 경지를 부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사실 흑인들에게는 냉소의 대상이기도 하다. 흑인들에게 그는 힙합계의 ‘엘비스 프레슬리’ 비슷한 이미지로 비친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앨범에서도 주연은 에미넴이다. 자신의 레이블에서 음반을 발매했고 대부분의 곡에서 스스로 드럼 프로그래밍을 하고 믹싱을 했다. 에미넴 이외에 제이지, 나스, 엑시빗, 갱스터, 마시 그레이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에 참여하여 최근 힙합의 대표적인 경향을 보여준다.

앨범에서 가장 흥미로운 곡은 갱스터가 편곡한 ‘배틀(Battle)’. ‘배틀’이란 두 래퍼가 운을 맞춘 즉흥적인 랩을 통해 실력을 겨루는 힙합 특유의 겨루기를 말하는데 영화 속에서도 스토리를 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OST에 수록된 ‘배틀’에서는 나스, 모브 딥, 네이처 등 쟁쟁한 래퍼들이 마치 실제로 ‘배틀’하듯 경합을 벌이고 있다. 배틀을 벌이는 동안에는 랩 자체가 총이 된다.

영화 속에는 사이프레스 힐의 고전에서 마시 그레이의 리듬앤드블루스(R&B)에 이르기까지 여러 경향의 힙합이 두루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이스트 코스트 쪽의 하드코어 힙합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것은 이 영화가 1990년대의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디트로이트는 서부보다 동부 쪽의 힙합 정서에 더 가까운 음악을 구사한다. 모브 딥, 노터리어스 비아이지, 노티 바이 네이처 등 영화에 삽입된 90년대 중반의 하드코어 힙합을 모은 ‘모어 뮤직 프롬 8마일(More Music from 8 Mile)’은 이 시기의 힙합을 일별할 수 있는 선곡집이다.

성기완(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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