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전시]日 설치미술가 구사마 아요이展

  • 입력 2003년 2월 18일 17시 57분


구사마 야요이는 물방울과 그물을 모티브로 무의식과 환영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사진제공 아트선재센터
구사마 야요이는 물방울과 그물을 모티브로 무의식과 환영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사진제공 아트선재센터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환경 미술가이자 설치작가인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74) 작품전이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5월 11일까지·02-733-8945)와 서울 통의동 진화랑(3월 15일까지·738-7570)에서 15일 동시에 개막했다.

구사마는 10세 때부터 물방울과 그물을 모티브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수채, 파스텔, 유화를 사용한 환상적인 회화 작품들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조각, 설치, 패션작품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개인전만도 100여회, 그가 펴낸 시집과 소설은 20여권을 헤아린다. 무라카미 류 감독의 영화 ‘도쿄’에도 출연했다.

1957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도널드 저드, 에바 헤세, 앤디 워홀, 프랑크 스텔라 등 현대 미술의 대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성해방, 반전, 인권 등의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며 해프닝과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이후 정신병이 악화돼 1973년 일본으로 돌아오기까지 뉴욕 미술계의 아방가르드 정신을 이끌어 왔다.

환경 설치작품 10점이 선보이는 아트선재센터에는 감상자들을 무의식과 환영의 세계로 이끄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컴컴한 방, 온통 거울로 된 천장과 벽, 물이 고여있는 바닥에 형형 색색의 빛을 발하는 전구들이 이색적인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이 중 ‘물 위의 반딧불’은 뉴욕 전시에서 호평을 받은 것으로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 전시가 2주나 연장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진화랑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판화 작품 70여점, 오브제 15점, 유화 10점 등 평면 작품들. 무한히 반복되는 그물과 물방울 무늬로의 초대는 끊임없는 반복과 확장이 보여주는 우주적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가볍고 경쾌해 보이지만 그녀가 만들어낸 무늬들은 그의 강박 증세가 빚어내는 예술적 상징.

도쿄의 정신병원에서 25년째 입원한 채로 활동중인 그녀는 “어느날 그림을 그리다 물방울 무늬가 캔버스를 벗어나 가구와 방은 물론 내 몸을 뒤덮는 환영을 보았다”며 “우주의 모든 것을 덮는 무한 무늬로 그물에 대해 천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강박조차도 예술의 원천이며 무한 반복은 편집증적인 내 예술의 기본단위”라고 밝히고 있다.

구사마는 퍼포먼스 당시 입었던 옷과 비슷하게 디자인한 옷들을 패션 브랜드화시켜 상업적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뉴욕 ‘블루밍 데일 백화점’에 코너를 따로 만들어 자신이 디자인한 각종 드레스를 팔기도 했다.아트선재센터 전시회의 관람료는 일반 3000원, 학생 1500원. 진화랑의 경우 관람료 없음.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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