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시인이자 지능지수(IQ) 157의 영재. 최근(8일) 지은 ‘겨울산’이란 시. ‘겨울산이/너무 추워/해를 먹었다/꽁꽁 언 배/아이 따뜻해/겨울산이/배불러/해를 토했다/겨울산 위 아침해.’
얼마전 한국어린이시사랑회 주최 ‘한국어린이 시문학상’ 은상 수상작을 보면 영재성이 보다 잘 드러난다. 만 5세에 쓴 ‘엄마와 나’란 시. ‘엄마 몸 속에서/태어났기 때문일까?/엄마가 오늘/슬픈 얼굴을 하고 계시니까/나도 자꾸만/슬퍼진다.’
하린이는 1995년 4월 19일 키 49.2㎝, 체중 3.05㎏으로 태어났다. 만 5세에 조기입학해 1∼2학년 기말고사 전과목에서 혼자 만점을 받았다. ‘사교육의 진원지’라는 강남구 대치동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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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영어-컴퓨터 과외만▼
◇사교육 1번지
“특별한 교육을 시킨 적은 없어요. 집에서 하도 심심해 하기에 조기입학을 시켰을 뿐이지요.”
하린이 엄마 김영주씨(36·성악레슨 강사)가 CBS영재교육학술원에서 하린이의 IQ를 검사한 것도 조기입학에 필요하다고 잘못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하린이에게 시키는 사교육은 학교에서 방과 후 실시하는 특기적성교육 영어와 컴퓨터. 월 2만원으로 주 2회 교육을 받는데 내용이 충실한 편이라고. 하린이가 전과목 만점을 받은 뒤 많은 학부모로부터 그룹과외를 같이 하자는 제의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어느 요일에나 친구 생일파티에 갈 수 있는 아이는 하린이뿐이다.
“특별한 교육요? 하린이와 매일 한시간 이상 얘기해요. 서로의 얘기를 털어놓습니다. 아침에 편지를 써서 가방에 넣어주면 하린이는 꼭 답장을 써서 제 머리맡에 놓아요. 또 함께 장보러 가 물건 값을 암산합니다. 누가 맞나 내기해서 카운터에서 맞혀보아요.”
김씨는 ‘재산에 비례해 아이가 대학 간다’ ‘결국 공부는 돈싸움’같이 사교육을 부추기는 말들은 무책임한 폭력이라고 단언한다. 누구나 하니까 불안해서 과외에 매달리지만 공부는 아이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 게 김씨의 신념이다.
“아이들이 자기 집이 몇평인가 비교한다고 해요. 어른들이 그러니까 자기들도 그러는 거지. 저희 집은 좁아 침대를 놓을 수 없는데 친구들이 ‘하린이네처럼 매트를 깔고 살아요’라거나 ‘하린이네처럼 작은 집에 살아요’라고 한대요. 그게 아이들 마음이지요.”
▼만4세 때부터 時 써와▼
◇하린이 일기
하린이는 “엄마는 편안하게 해 주시지만 가끔은 무지 엄하시다”고 말한다. 하린이는 만 4세경부터 시를 썼다. 하린이의 일기를 보면 책 놀이 여행 체험학습 등 김씨가 해 온 남다른 교육법이 드러난다.
‘예쁜 아기 낳는/엄마는 참 좋겠다/나도 엄마 되면/하린이 닮은/아기가 태어난대요/그래도 조금은 무서워/한달에 한번은 많이 아파/여자 어른의/슬픈 생리.’ (4세 때 시 ‘예쁜 아가 슬픈 여자’)
‘내가 말만 하면/사람들이 놀란다…뇌속의 림프 뉴런 몸속의 장 피…우리 몸은 신기한데 난 책만 본다/지구 자전 중력 우주 파도 계절/모두모두 궁금해/나는 그래도 남들이 있을 땐/안물어 본다 놀라니까/난 하고 싶은 말을 가끔 안한다.’ (5세 때 시 ‘내 머리속’)
‘지구야 미안해/사람들 참 나쁘지?…내가 공부 많이 해서/너 깨끗하게 치료해 줄게/아니야 사람들 마음부터/고치는 공부를 해야지.’ (5세 때 시 ‘지구에게’)
‘하품은 뇌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입을 크게 벌려 숨을 쉬는 것이란 걸 알게 되니 궁금증은 풀렸지만 재미있고 신기한 느낌은 많이 없어져 버렸다.’ (2002년 8월 독후감)
“피아노 발표회에서 비창과 모차르트 소나타를 들으면서 얼마나 아름다운지 입으로 다 따라 부를 만큼 외워졌다. 아줌마들이 ‘하린이는 뭐든지 다 잘한다’고 칭찬하실 때 엄마가 늘 하시는 말씀 ‘다 잘하긴요, 뭘. 아직 어린앤걸요’ 또는 ‘줄넘기도 못해요.’노력 없이 잘하는 것보다 노력을 해서 못하던 것을 잘해내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씀하신다.”(2003년 1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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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교육 필요할 땐가…"▼
◇엄마의 육아일기
태교가 궁금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기에 배를 만지며 노래를 불렀어요. 슈퍼마켓에서 물건 값을 암산해 더하고, 누구를 만나도 수다를 많이 떨었습니다.”
김씨가 하린이가 태어난 뒤 2년 넘게 써 온 육아일기를 보면 영재는 그냥 태어나 자라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극심한 고통 때문에 딸 아들도 뒤에야 알았다. 아직은 남자들에게 여러모로 유리한 세상이지만 똑똑하고 건강한 눈망울을 보면 믿음이 간다.’ (4월19일)
‘거의 뒤집는다. 몸도 지능도 상당히 빠른 듯하다.’(6월19일)
“알아듣건 못알아듣건 아이에게 계속 말을 걸었어요. 기저귀 갈면서도 ‘엉덩이 들어줄래’ 하는 식으로요. 백일에 예방접종하러 갔는데 주삿바늘 보고 울었어요.”
‘사진에서 ‘아빠’ 부르면서 집고 ‘아가’라며 제 얼굴을 집는다. (11월29일)
“다른 애들이 겨우 한두 마디 할 돌잔치 때는 동요를 20곡 정도 불렀어요. 18개월 때 차속에서 ‘이곳은 주차금지네’ 하는 말을 듣고 있다가 다음에 ‘주차금지’를 읽어요. 그렇게 한글을 뗐지요.”
김씨는 항상 하린이에게 겸손할 것을 요구한다. 하린이가 7급 한자능력시험에 이틀 공부해 합격한 뒤 벼락치기 공부라 오래 못갈 수 있다며 다시 집에서 테스트를 해 본 것도 이 때문이다. 하린이가 사진 찍는 것처럼 외웠는데 한 글자도 안잊어 버린 게 엄마로서 신기하긴 신기하단다.
“가끔 아이에게 적절한 영재교육을 시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단계별로 자극이 없으면 영재성이 죽어버리거나 환경에 적응을 못해 오히려 빗나갈 수 있다고 하니까요.”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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