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잠옷파티'…비밀클럽 다섯소녀 생일 잠옷파티

  • 입력 2003년 2월 18일 18시 33분


◇잠옷파티/재클린 윌슨 글 닉 샤랫 그림 지혜연 옮김/156쪽 6000원 시공주니어(초등 5년 이상)

여자아이들에게 “이애랑 가장 친하고 저애랑은 안 맞는다”는 생각은 학교생활의 전부를 지배할 만큼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여자들은 ‘관계지향적’이라는 말을 듣나 보다. 더더군다나 새로 전학온 ‘나’ 데이지에게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에밀리를 처음 본 순간부터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 전학온 첫날 화장실을 찾지 못해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니는 데이지를 보고 화장실까지 데려다 준 것도 에밀리였다. 그러나 에밀리에게는 이미 클로에라는 단짝 친구가 있다. 클로에는 처음부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에이미와 벨라는 좋은 아이들 같았다.

다섯은 비밀클럽을 결성하고 ‘알파벳 클럽’이라고 이름 붙인다. 각자 이름의 첫글자만 따면 A B C D E가 되기 때문이다. 이 비밀클럽이 벌이는 ‘거사’라고 해야 각자 생일날 여는 잠옷파티(친구 집에 모여 하룻밤을 지내는 파티)가 전부다. 이 ‘거사’는 에이미의 엄마가 에이미의 생일날 잠옷파티를 허락하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어른들이나 남자아이들이 보면 시시껄렁하다고 할 잠옷파티에서 모험담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일들이 벌어진다. 그건 여자아이들측 ‘증언’이고 남자아이들이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아이들의 성격이 드러날수록 다음 잠옷파티는 어떨까 궁금증을 더한다. 먹을 것을 유난히 밝혀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는 벨라, 사사건건 데이지에게 시비를 걸며 보스처럼 구는 클로에….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생일이 가장 늦은 데이지의 고민은 긴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뇌성마비 장애아인 릴리 언니 때문에 파티를 열 수 있을지조차 불분명하다. 언니 얘기를 털어놓는 것도 창피하다. 갓 태어난 남동생 때문에 잠옷파티를 열 수 있을지 모른다던 에밀리마저 친구들을 초대해 즐겁게 논다.

데이지의 생일날. 친구들은 데이지의 잠옷파티가 멋지다고 만족하지만 클로에는 시시하다며 불평이다. 그날밤 데이지를 깨워 화장실에 가던 클로에는 복도에서 릴리 언니의 비명소리를 듣고 놀라 잠옷바지에 오줌을 싼다.

학교에서 릴리 언니 흉을 보는 클로에와 절교한 친구들은 데이지와 더욱 친하게 지낸다. ‘모든 것이 다 우리 릴리 언니 덕분이었다. 언니가 세상에서 최고야!’

영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저자는 1인칭 시각으로 아이들의 관심사를 시시콜콜하게 전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어른들이 어느덧 잊어버린 어린 시절의 ‘엄청난’ 문제들을 정확하고 유머러스하게 드러내고 있다. 책을 좋아하지 않아도 단숨에 읽어버릴 만큼 재미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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