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작은 애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엄마 마음에는 저 어린 녀석이 벌써 중학교를 가나 싶어 마음이 애잔한데 아이는 꽃 한다발 들고 사진 찍기 바쁘다. 함께 사진 찍겠다고 모이는 아이들이 제각각 다 예쁘다. 아이들이 꽃다발 같다.
이 책은 처음부터 꽃이 아름다운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에게 꽃은 예쁜 색깔, 매혹적인 향기로만 다가오지만 꽃이 피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씨앗)를 만들기 위해서다. 자기 ‘집안 내력’을 좀더 건강하게 하기 위해 꽃은 주변 상황에 맞추어 조금씩 조금씩 변화해 왔다.
처음에 꽃은 꽃잎도 없이 기능만을 하는 단순한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나무 종류가 많아지면서 자신을 눈에 띄게 하기 위해서 잎을 변화시켜 꽃잎을 만든 것이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 목련이다. 식물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혁명이었다. 기능에 디자인을 더한 것이니까. 꽃의 디자인 발전은 우수한 씨를 맺기 위해, 곤충의 눈에 잘 띄는 것으로 계속 발전했다.
‘갈래꽃’들의 색깔이 다양해졌고, 꿀을 먹을 수 있는 정확한 지점을 표시해주어 곤충을 유인했으며, 꽃잎이 모자라 초라하면 꽃받침이 변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갈래꽃보다 곤충을 가두어 두기 쉬운 ‘통꽃’으로 발전하였다. 작은 통꽃은 곤충의 눈에 띄기 위해, 몸집을 키우기도 하고, 같은 것끼리 모여 큰 꽃처럼 보이게 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들은 1억3500만년쯤 전부터 시작되어 지금도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꽃은 한자리에 얌전히 피어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종족의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역동적인 캐릭터로 다가온다. ‘신갈나무 투쟁기’에서 글쓴이가 나무의 생생한 삶을 이야기했다면 여기서는 그 부분인 꽃의 살아있음을 이야기한다. 식물이라는 정적인 대상을 역동적인 삶의 현장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은 대상에 대한 적절한 애정 때문인 것 같다. 인간이 보는 꽃이 아니라 꽃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구성은 과학책임에도 불구하고 건조하지 않고 드라마틱하게 해준다.
식물이 꽃으로 미래를 준비한다면 우리는 아이에게서 미래를 본다. 열두 살, 꽃봉오리 같은 나이, 졸업식 날 꽃다발처럼 모여 사진을 찍던 아이들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며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당당한 한송이 꽃으로 피겠지.
김혜원 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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