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것은 서로를 신뢰하는 데서 비롯되며, 이 신뢰의 감정은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쌓아 가는 것이다.
배고파 울 때면 젖을 물려주고, 졸려서 칭얼거릴 때 토닥거려 주는 엄마의 손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아기는 “이 세상이 믿을 만한 곳이야”라고 생각하며 신뢰감을 쌓게 된다.
이 신뢰감은 성인이 되었을 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하여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감정인 것이다.
스피치라는 정신분석학자는 시설의 질과 양육자 중 어느 편이 아이의 성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물질적으로 풍부하고 위생적인 시설이지만 돌봐 주는 사람이 적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보다, 물질적으로는 풍부하지 않으나 양육자가 많아서 아동들에 대한 개별적인 접촉이 많았던 곳에서 자란 아이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오늘날 우리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이러한 일들을 얼마나 잘해 나가고 있을까?
우리 엄마들은 아이들의 입맛을 인스턴트 식품에 빼앗겼고, 자녀의 정신적인 성장을 학교나 학원에 일임하고 말았다. 아버지는 학원비 과외비를 대고,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이사를 감행하고, 비싼 옷과 음식을 사주기 위해서 모든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그들의 자녀와 대화를 나누면서 여유 있게 저녁식사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한창 엄마와 놀고 싶은 유치원 아동에게 정다운 대화로 응해주지 않고 당장 쓰지도 못할 한자숙어나 영어단어를 외우게 하는 것이 자녀를 진정 사랑하는 방법일까?
자녀가 자라감에 따라 부모의 역할은 다양하게 변하게 된다. 영아일 때에는 ‘보육자’로서 신뢰감을 쌓을 수 있는 사랑을 주어야 한다. 걸음마를 할 때에는 ‘보호자’로서 아기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닐 때가 되면 ‘양육자’로서 아동에게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필요한 제한도 가르쳐야 한다.
초등학교를 들어가면 ‘격려자’로서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한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자녀가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담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현온강 인하대 교수·소비자아동학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