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의 가치는 뒤로하고라도 ‘서류상’으로나마 사라졌던 문화재를 찾아낸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겪은 문화재청과 중앙박물관의 태도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처음 문제를 꺼낸 것은 평범한 시민들. 경남 김해시에 사는 윤광수씨와 창녕에 사는 혜일스님 등은 65년 사리 용구가 발견됐다는 기록을 보고 최근 이 행방을 문화재청과 박물관에 문의했다.
문화재청은 “66년 발간된 보고서 ‘고고미술’에 관련 기록이 있다”는 짤막한 답변을 보냈고, 중앙박물관은 “유물 리스트에 없는 문화재”라는 답변만 했다. 하지만 ‘고고미술’에는 ‘발견 기록’만 있을 뿐 ‘보관 기록’은 없었다.
“38년 전의 일이라 자세히 알 수 없다”던 문화재청은 기자가 이에 대한 본격 취재에 들어가자 “1966년 이 유물이 덕수궁 미술관에 넘어갔다는 문서가 있다”며 뒤늦게 기록을 내밀었다. 덕수궁 미술관의 유물은 69년 중앙박물관으로 이전됐으므로 이 유물은 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는 것. 문화재청이 관련 기록을 찾은 것은 불과 하루 만의 일이다.
중앙박물관의 태도도 문화재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박물관은 처음 “69년 중앙박물관으로 이전된 유물은 일제강점기의 조선 왕조 유물일 뿐”이라며 “당시 문화재 관리국으로부터 이 문화재를 넘겼다는 문서를 받은 바 없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보도가 나간 뒤 하루 만에 박물관은 관련 문화재를 찾아냈다. 박물관은 “이들 문화재가 69년 당시 관련 서류 없이 넘어와 소장 유물 목록에 등록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렇다면 문제의 근본 원인은 34년 전 문화재 관리국의 실수인 셈이다.
신문에 보도된 뒤 하루면 찾아낼 수 있는 문화재가 38년간 묻혀 있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보고 외국으로 간 문화재를 찾아오는 일보다 국가기관 어느 곳에 ‘잠자고 있는’ 발굴 문화재를 제대로 대접해주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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