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1절 남북 종교행사를 위해 예배 장소를 섭외하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관계자는 대형 교회로부터 계속 퇴짜를 맞았다.
이번 3·1절엔 북측의 조선종교인협의회 내 개신교 불교 천주교 천도교도 60여명이 서울을 찾아 남측 종교인과 공동으로 기념식을 갖는다. 방문 첫날인 1일엔 공동행사를 갖고 이튿날은 교파별로 예배를 드리게 된다.
KNCC는 우선 3·1운동에 참여했던 새문안교회나 정동제일교회 등 역사가 오랜 교회들을 1순위 섭외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들 교회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시점에 부담스럽다’며 거절했다.
또 80년대 이후 통일운동을 열심히 펼쳐온 연동교회도 섭외했으나 역시 거부당했다. 실향민들이 세운 영락교회에서 역시 남북화해의 상징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의사를 타진했으나 실패했다.
KNCC 관계자는 “평소 예배보는 것과 똑같고 다만 북측 대표의 인사말과 성가대의 합창 시간을 주는 것이 고작인데 왜 몸을 사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개신교가 95년 대북민간교류가 허용된 뒤 북측에 지원한 금액은 무려 1383억원. 또 교파마다 신의주교회를 세운다느니 평양신학교를 만든다느니 하는 대북 정책을 쏟아놓고 있다.
하지만 경위와 현 상황이 어떻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내려온 북측 방문단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대북 지원에는 열을 올리는 것은 모순된 자세가 아닐까.
행사는 결국 소망교회에서 갖기로 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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